총선 공천 멀었는데 … 벌써부터 '친윤-비윤' 신경전 가열

2023-08-23 10:54:19 게재

'승선 불가론' '수도권 위기론' 놓고 연일 입씨름

본질은 비윤 공천 … "내부총질 안돼" "원팀으로"

내년 4월 총선 공천은 대략 총선 1∼2개월 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반 년 이상 남은 것.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공천을 염두에 둔 친윤과 비윤 사이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비윤이 "총선 수도권 판세가 어렵다"(수도권 위기론)는 우려를 내놓자, 친윤이 "내부총질하는 사람은 배에 승선시킬 수 없다"(승선 불가론)며 받아치는 모양새다. 결국 비윤 공천이 공방의 본질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공부모임, 인요한 교수 초청 |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행사에서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초청 강사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재강조하면서 친윤의 내부총질론을 부인했다. 윤 의원은 "누가 (배가) 좌초되기를 원하냐. 배가 좌초되면 가장 먼저 죽을 사람이 저 같은 수도권 의원들이다. 그래서 배가 잘 나가고 배가 잘 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그런 말씀(수도권 위기론)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앞서 2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는 "공천을 연상시키는 승선시킬 수 없다는 발언 이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이철규 사무총장의 '승선 불가론'을 비판했다.

앞서 이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만드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윤의 내부비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21일 "'승선 못 한다'가 아니라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 이런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사무총장은 확전을 경계했지만, 친윤의 반격은 계속됐다. 친윤 김정재 의원은 22일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비윤의 '수도권 위기론'을 겨냥해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며 "내부에서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계속 외부에서 쓴소리를 한다면 믿음이 깨지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놓고도 입씨름이 벌어졌다. 이 전 대표는 21일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사무총장을 겨냥해 "본인들이 한 것 때문에 배가 침수되고 있는 건 전혀 모르고 누가 자꾸 사보타주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이 사무총장이)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공천을 놓고) 장난치려는 낌새가 보이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친윤은 바로 반격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전 대표 발언을 겨냥해 "지금까지 낌새가 보인 적도 없고 공천 가지고 장난치겠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며 "(이 전 대표는) 중앙당에다 나 공천해달라고 떼쓰고 요구할 건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측도 재반격했다.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은 22일 SNS를 통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하더니 유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 같다"며 "이 전 대표가 노원병에 출마하겠다는 말을 공천달라고 떼를 쓴다고 표현하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은 결국 비윤 공천을 둘러싼 전초전으로 읽힌다. 친윤에서는 비윤을 내부총질이나 일삼는 세력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이미 △이 전 대표에 대한 중징계 △경기지사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 저지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 배제를 통해 비윤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내부총질에 여념 없는 비윤에게 공천을 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비윤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확장성을 무기로 공천 필요성을 역설한다.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은 "이 전 대표를 그런 식으로 비판하면 20·30대, 중도, 수도권 유권자들이 좋아하겠냐"고 반박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비롯한 천아용인의 공천에 대해 "당연히 해야한다"며 "원팀 정신으로 가야 된다. 누구는 배제하고 누구는 안되고 이런 얘기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3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내에서 갑론을박하는 거는 말은 수도권 위기론으로 포장이 됐지만 사실은 공천 갈등, 공천 싸움이 시작된 거라고 봐야한다"며 "승선을 하니 못하느니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니까 공천 협박을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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