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3D 프린팅 기술' 맛과 영양을 디자인하다

2023-09-05 11:21:14 게재
김기명 전 호남대 교수, 식품공학

삼차원 프린팅산업진흥법에 의하면 '삼차원프린팅'이란 삼차원 형상을 구현하기 위한 전자적 정보를 자동화된 출력장치를 통해 입체화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3D 프린팅 산업은 관련된 장비·소재·소프트웨어·콘텐츠 등 관련 산업 분야의 성장과 함께 플라스틱 산업뿐 아니라 성형이 어려운 인공뼈와 같은 의료산업까지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식품에 적용한 것이 2011년부터였다. 세계 토픽이란 방송에서 플레이트 위에 특이한 모양의 음식이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신기한 영상으로 소개된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신기하다'고 여길 정도의 이슈였으나 이제는 국가적으로 푸드테크 산업발전 방안 중 하나의 주제로 선정되어 지원될 정도로 중요한 연구 분야다.

식품을 재료로 사용하는 3D 프린팅은 지정된 좌표에 원하는 재료를 식품 구성 비율과 영양학적 데이터 등을 반영해 배치하고 적층하면서 식품을 재성형하는 기술이다. 적층방식은 크게 압출방식(material extrusion)과 파우더베드방식(powder bed fusion)으로 분류한다.

현재 주요하게 사용되는 기술은 고온 고압으로 재료를 작은 구멍으로 밀어내어 적층하는 방식인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분말원료를 적층하고 그 위에 레이저나 수지로 굳혀가며 적층하는 방식인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잉크제트 프린터와 유사하게 점착제를 적층면에 고착하며 색상을 구현하는 CJP(Color jet printing)이 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3D 프린팅 기술 사용할 수 있는 식품들

기술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식품재료는 단량체의 중합으로 이루어진 폴리머가 아니라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이라 압력, 열에 의해 반응하는 기작이 다르므로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식재료가 가지는 기본성질에 의해 사출구에서 막혀 분사할 수 없거나, 줄줄 액체처럼 흘러버리거나, 열에 의해 타버릴 수 있으므로 3D 프린팅으로 온전한 식품이 재현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케이크 위에 기기묘묘한 3차원의 초콜릿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만 사용하기엔 3D 프린터가 너무 고가다.

식품 3D 프린팅 기술은 기존 식품을 자유롭게 디자인함으로써 소비자의 취향과 업체의 목적에 따라 기하학적 제한이 없이 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범위로 활용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는 이를 활용한 시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다양한 활용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주선 안에서 불의 사용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3D 프린팅을 이용한다면 가열도구 없이 즉석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또한 병사들의 생리적 영양적 상태의 데이터를 전송받아 식품을 출력하는 전투식량, 치아 문제로 잘 씹을 수 없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맛 향 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하되 고령자가 쉽게 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심미적으로 충족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고령자용 식품, 미래의 단백질원으로 잠재성을 가진 곤충 재료를 이용해 외형적인 거부감을 해소한 곤충식품 개발 등이 그 예다.

최근의 3D 프린터를 이용한 식품개발 연구 중 눈에 띄는 분야는 대체육 분야다. 고기의 영양과 맛을 재현할 수 있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식품은 아직도 육질이 가지고 있는 조직감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고기맛을 내는 식품이라고 대체육이라 할 수 없다. 육류는 결착조직 근섬유조직 지방조직 등 복잡한 물리적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고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조직감은 맛과 영양만큼 관능적인 요소로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많은 연구팀이 재료와 기계의 사출 노즐을 변형해 조리 후에 경도 탄성 등이 실제 고기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인류 미래식품으로 중요한 신기술

식품용 3D 프린팅 기술은 새로운 식품을 창조할 수도 있고 대체재를 이용해 고가 혹은 구하기 힘든 기존식품을 재현할 수도 있다. X-이벤트를 수없이 직면할 인류의 미래식품으로 중요한 기술이다. 아직도 용도의 제한성과 비용, 복잡한 식재료의 통제방법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으나 식품연구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맛과 영양을 디자인하는 미래 식품기술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