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선사, 아프리카서 물류대전

2023-09-06 11:09:32 게재

르몽드 "MSC·머스크·CMA CGM 대거 투자" … 내륙 연계 열악해 성공 불확실 전망도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 국가 코트디부아르엔 2곳의 컨테이너항구가 있다. 경제수도인 아비장과 세계 최대 코코아 수출지인 산페드로다. 2022년부터 이 두 주요 인프라가 스위스-이탈리아 기업 'MSC'라는 세계 최대선사의 수중에 들어갔다.

MSC는 2022년 프랑스 물류기업 '볼로레그룹'이 소유한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BAL)를 57억유로(약 8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미 산페드로 항구를 운영하던 MSC는 이 거래로 아부장 터미널 2곳을 보태 서아프리카 핵심국가인 코트디부아르의 컨테이너 항구를 독점할 수 있게 됐다. MSC는 또 이 거래로 그보다 동쪽에 위치한 토고의 수도이자 항구도시 로메항의 컨테이너터미널 2곳도 운영하게 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MSC는 기존 터미널부문 자회사인 'TIL'과 물류부문 자회사 '메드로그'를 포함해 아프리카에 8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2만1000명을 고용하던 BAL(현재 '아프리카 글로벌 로지스틱스'로 개명)을 인수하면서 아프리카대륙에서 물류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5일 "MSC는 아비장과 로메뿐 아니라 세네갈 수도 다카르와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콩고공화국 항구도시 푸앵트누아르 등에서 컨테이너 터미널을 기존 2곳에서 18곳으로 확장했다"며 "이는 해상물류 서비스를 개선하고 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과정"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덕분에 쌓은 '군자금'

한 대형선사의 고위임원은 르몽드에 "글로벌 선사들 사이에서 아프리카 해안과 내륙 모두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물류의 '턴키서비스'(물류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것)를 제공하길 원한다. 이를테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기업에서 출발해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에 사는 고객에게 상품이 배송될 때까지 전체 해상·육상 여정을 통제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글로벌 로지스틱스 관계자는 르몽드에 "주요 해운사들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대륙에서도 물류 가치사슬을 수직통합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해운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임이 치솟은 덕분에 막대한 '군자금'을 쌓아뒀다. 따라서 투자할 대상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항만물류 연구 전문재단인 '세파실'의 얀 알릭스 이사는 "MSC는 강력한 M&A전략을 성공시켜 다른 두 경쟁자인 네덜란드 머스크(세계 2위)와 프랑스 CMA CGM(3위) 코앞에서 아프리카 해상 물류부문에서 1위로 올라섰다"며 "하지만 MSC와 프랑스기업 BAL 간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다면 경영적 도박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두 주요 선사들도 야망을 키우고 있다. CMA CGM은 아프리카에 특화된 BAL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 활약하는 물류기업 '볼로레 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향후 나이지리아 레키 항구의 운영사가 될 예정이기도 하다. 또 물류 자회사 세바 로지스틱스가 최근 수년 간 동아프리카 2개의 물류회사를 인수하면서 아프리카대륙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1만㎡ 규모 창고·물류센터를 개장했다. 머스크의 중서부 아프리카 담당이사인 토마스 테우베스는 "물류는 상거래의 핵심이며 아프리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아프리카에서 생산과 소비가 급속 성장하고 있다. 통합물류솔루션으로 아프리카대륙에서의 사업모델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지출 늘면서 물동량 증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과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화려한 쇼핑몰에서는 서구 또는 아랍에미리트 원산지가 찍힌 수십가지 품목을 판매한다. 가나 사람들과 베냉 사람들은 시장에서 유럽산 냉동닭고기를 대량으로 구입한다. 케냐인들은 중산층 지위를 과시하는 지표인 외제차(특히 일본차)를 매달 수톤씩 수입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1~2021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소비지출은 연평균 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3200억달러에서 1조4000억달러로 증가했다. 물론 아프리카대륙은 세계 주요 무역로에 비해 여전히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수입과 일부 국가의 수출 증가로 무역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해상으로 운송된다. 2009~2019년 아프리카 컨테이너 물동량이 75% 증가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아프리카 터미널은 크게 늘었다. 주로 양허협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주요 글로벌 선주들에게 전세계적으로 드문 투자기회를 제공했다. 현재 주요 항만 중 남아공과 케냐의 항만만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남아공 국영운송공사(트랜스넷)는 사하라사막 이남 최고의 허브항인 더반에 민간운영사를 유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트랜스넷 최고경영자 포샤 더비는 지난 6월 아비장에서 열린 '아프리카CEO포럼'에서 "항만인프라는 정부의 전략적 자산이지만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사업자들을 시스템에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MSC-머스크-CMA CGM 트리오'는 인수합병을 통해 다른 곳보다 경쟁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아프리카해안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세파실'의 얀 알릭스 이사는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 항로에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화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활동하는 선사들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말 기준 아프리카에 배치된 컨테이너 선복량 가운데 MSC와 머스크 비중은 55%를 차지했다. 물동량이 점점 커지는 시장에서 선사들의 수가 줄어드는 이같은 상황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선사, 성공하지 못할 것'

한편 아프리카 내륙 상황은 열악하다. 2022년 아프리카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엔 100만명당 철도길이가 30~50㎞에 불과하다. 유럽국가들의 200~1000㎞에 크게 못 미친다. 또 육로의 53%가 비포장이다. 상품 파손 등 리스크가 커진다. 결국 이같은 장애는 상품의 최종가격을 다른 대륙에 비해 75% 상승시켰다. 드물게 놓인 철도네트워크를 제외하면 육로 물류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내륙 운송수단으로는 여전히 트럭이 최고다.

환경도 훨씬 더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 사헬(사하라사막 남쪽) 지역의 테러리스트 문제나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M23반군과 관련된 긴장 등 안보문제도 있다.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도 열악하다. 수㎞를 이어 달리는 트럭들이 더위와 먼지 속에 몇주씩 갇혀 있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대륙 반대편 케냐-우간다 국경은 관료주의와 부패공무원으로 악명이 높다. 케냐에서 15년 동안 일한 트럭운전사 조셉 음비루아는 르몽드에 "때로 트럭이 국경 한가운데 갇히기도 한다.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차에서 내릴 수도 없다. 식사 해결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도둑들은 트럭이 오르막을 느리게 오를 때 컨테이너에 올라 문을 따고 짐을 훔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집약도가 훨씬 낮은 육로물류는 경쟁이 치열하고 세분화돼 있다. 운송업체들은 비공식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세파실'의 얀 알릭스 이사는 "소규모 내륙 운송업체들은 대개 수세대에 걸쳐 운영중이다. 맞춤형 물류로 고객들의 신뢰를 받는다. 하지만 다국적 선사들은 이같이 세밀한 관리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글로벌 선사들에게 아프리카대륙이 기회보다 함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내륙 현장 곳곳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기 때문이다. 아비장 소재 한 포장재 제조업체 사장은 글로벌 선사들의 영향력 확대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항구에서 공장까지 주문한 물건을 운송하기 위해 글로벌 선사들의 자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물류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본다"고 비판했다.

코트디부아르의 한 운송회사 사장도 "글로벌 선사들이 '고객 인질극'과 '덤핑 관행'을 벌이고 있다"며 "글로벌 선사들은 아프리카에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알바트로스와 같다. 바다 위를 날아오를 때는 웅장하지만 육지에서는 절름발이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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