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 뜻에 반하면 끌어내려야" … 지지층 결집 주력
"민주주의 위기·독재" 윤 대통령 직접 겨냥
내부 결집세 뚜렷 … 외연 확장은 미지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1주 차를 맞았다. 단식과 당무를 병행하며 건강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됐지만 정권을 겨냥한 발언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이른바 '핵심지지층 결집'을 노린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6일 현 정권을 겨냥해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지를 우리 국민들이 감시하고 잘못할 경우에는 지적하고 정말로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게 민주주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결국 민주 국민,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된다"며 "방치하면 국민과 국가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는 "국회에서 국민주권과 헌법을 부정한 통일부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5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을 헌법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5일 SNS에 올린 글에서는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군부독재의 군홧발이 사라진 자리를 검사 독재의 서슬 퍼런 칼날이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재란 곧 '생각의 독점'을 뜻한다. 독재 권력의 통치는 언제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에서 시작했다"며 "'지금을 군부 독재 시절과 비교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은 5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 등이 거론된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자기와 반대되는 입장이나 사람들이 반국가세력이라고 한 얘기는 '내가 국가다' 이런 생각"이라며 "'짐이 곧 국가다, 내가 왕이다' 저는 그런 생각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단식 1주 차에 돌입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단식 이후 민주당이 여권에 대한 견제에 방향을 맞추면서 이 대표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던 목소리는 잦아 들었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시작하는 날 전해 들은 바로는 하여튼 스스로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뭐 끝까지 가겠다 이런 결기를 보인 걸로 봐서는 본인이 쓰러져야지 끝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며 △대국민 사과와 국정방향 전환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은 '뜬금포·웰빙 단식' 등의 비난과 조롱 섞인 논평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5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용산(대통령실)이 '알았다, 그래 내가 받을게'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고, 이 대표도 기한이 없는 단식, 조건이 없는 단식이라고 공언을 하는 상황"이라며 "탈진해서 쓰러지고 이건 생명이 위독하겠다고 해서 실려가는 것 외엔 지금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전망했다.
여권의 반응이 냉랭한 반면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에선 결집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강욱 의원은 "의원들의 대화방이나 이런 곳에서 '대표를 외롭게 버려두지 말자. 함께 옆자리를 지켜주자'라는 얘기를 제안하신 분이 있었고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내가 지키겠다' 이런 의원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단식이란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 아니냐"며 "거기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이 좀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이 대표의 본심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핵심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서울 지역구의 한 재선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이) 나라가 엉망인데 민주당이라도 어떻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걱정에 공감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이자 비명(비이재명)계 중진인 전해철 의원도 "윤석열정부의 무도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응원한 뒤 "저희로선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국민이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단식이 길어지면서 명분이나 효과가 약하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명분도 실리도 별로 없고, 공감을 얻기도 어려우며,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라며 "이제는 단식을 멈추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외연확장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식이 이 대표와 관련된 검찰 수사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방탄 단식' 비판이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5일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 주에는 아마 기력이 거의 탈진 상태니 힘들고 이래저래 굉장히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힘든 것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당대표가 목숨을 걸고 지금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오면 가결시켜야 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야박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