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7개월 앞두고

윤석열-박근혜 '회동' 가능성

2023-09-06 11:00:27 게재

성사되면 1년 5개월만 만남

박, 탄핵 뒤 첫 인터뷰 추진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이 점쳐진다. 회동이 성사된다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만났던 지난해 4월 이후 1년 5개월만의 정식 만남이 된다.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6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이전에도 윤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회동이 추진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는데 추석을 앞두고 양측이 다시 회동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랜 수감생활을 겪으며 허리 통증을 호소해왔다. 최근에는 치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2일 윤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만남을 가졌다. 2016년 특검 수사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며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방문에 화답하듯, 다음달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이후 1년 넘도록 두 사람의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할 때면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조율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에 불발됐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의 문상이 예상됐지만, 전화 조의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통해 "직접 조문을 하려고 (서울로) 올라오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져서 직접 조문을 못 하게 됐다. 너무 미안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정치적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총선을 7개월 앞둔 윤 대통령은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전폭적 지지가 아쉬운 형편이다. TK 지역의 총선 압승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는 TK 출신 표심도 절박하다. 수도권은 1000∼2000표차로 승패가 갈리기 일쑤다. TK 출신 표심의 전폭적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는 대구(75.14%)와 경북(72.76%)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최근 국정지지도 조사에서는 TK에서 47%(한국갤럽, 8월 29일∼31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그치고 있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TK 지지도가 70∼80%는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팬덤을 가진 유일한 보수정치인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박 전 대통령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설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측근으로 꼽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3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께서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는 정치적인 활동은 안 하실 거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수년째 자신 곁을 지키고 있는 유 변호사에 대해선 국회 입성을 도울 것으로 점쳐진다. 유 변호사는 대구 출마가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지역구는 대구 달성군이고, 지금도 달성군에 살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모 신문사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는 2017년 탄핵 이후 처음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러차례로 나눠 인터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추석 전후에 보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국정농단 수사와 탄핵에 대한 심경을 밝힐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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