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혁신 기업인 열전 | ⑤ 조선주 ACK 대표

의료진단장비 SW개발 23년 … 국내외서 기술력 인정

2023-09-06 11:52:20 게재

EMR 기반한 LIS 분야서 독보적 위치 올라

국내외 장비별 특성 맞게 프로토콜 공급

글로벌 제약사 러브콜로 내년 동남아 진출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진행형이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조선주 ACK 대표가 고양시 일산사옥에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사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꿈꾼다. 빠르고 정확한 질병진단은 무병장수하는 기반이다. 기업들은 무병장수를 구현하기 위해 애쓴다. 의료장비와 진단기술의 디지털화는 주요한 해법이다.

요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현재 병원들은 첨단 디지털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IT(정보기술)와 의료기술이 융합한 의료장비시스템을 도입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한 덕이다.

불과 20년전 만해도 진단기술 디지털화는 초보단계였다. 헬스케어(건강관리)서비스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그때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에서 병역특례로 근무하던 청년은 미래를 봤다. 의료진단 분야와 IT 결합이 가져올 미래였다.

병역특례 기업에서 SW기술자로 근무한 후배 5명을 모아 창업했다.

이들이 내놓은 첫작품은 혈액검사장비 제어 SW다. 2002년 명지병원과 첫 계약이 성사됐다. 외산장비에서 확보한 혈액정보를 분석해 진단한 질병을 의사에게 전달하는 디지털체계를 개발해 적용했다.

이렇게 진단검사장비 인터페이스(Interface, 두개 이상의 장치 사이에서 정보나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장치) 전문기업으로 첫발을 뗐다. 이후 진단검사의학관리시스템(LIS)와 해부병리과관리시스템(PIS)의 고도화 또한 전자의료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등과 연동하는 의료장비 디지털화 분야로 확장했다. 특히 EMR에 기반한 LIS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며 23년간 한우물을 판 노력 덕이다.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업력에 비해 매출이 아쉬운 이유는 국내 SW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환경 때문이다. 매출은 작지만 은행빚이 없는 알짜 회사다.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진단검사장비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정확하고 빠른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큰 도움을 줬다. 근무환경이 좋아 직원들 이직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의료IT 수출기업의 길을 시작했다.

조선주 ACK 대표가 묵묵히 걸어온 발자취다.

◆연구개발 능력이 경쟁력 =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잡은 ACK(대표 조선주)는 1999년 설립됐다. 23년째 진단검사 관련 전문솔루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제품은 LIS 장비인터페이스 방사선치료정보시스템(RTIS) QC정도관리 등이 있다. LIS는 환자의 검사결과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장비인터페이스는 병원시스템에서 발생한 처방정보를 추출한 후 장비별 환자정보와 주문내역을 전달해 검사결과를 다시 병원시스템으로 자동 전송한다.

RTIS는 방사선 종양학과의 치료업무를 지원한다. QC정도관리는 정확한 환자 검사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추출한다.

지난달 18일 고양시 사옥에서 만난 조 대표는 "ACK의 각종 의료정보시스템은 전국 주요병원 대부분과 전국 보건소 등에 구축돼 있다"며 "시장점유율은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ACK 경쟁력으로 기술력과 대외신인도를 꼽는다. ACK는 연구개발을 중시한다. 직원 80명 중 대부분이 R&D인력이다.

현재 의료장비는 대부분 외산이다. 종류도 수백가지다. 장비마다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방식(프로토콜)이 다르다. ACK는 장비별 특성에 맞는 프로토콜을 개발한다. 이렇게 개발한 SW만 500여가지가 넘는다. 연구개발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ACK 기술이 의사들의 진료수준을 높이는 셈이다.

ACK 설립 이후 동종업종 기업들이 숱하게 생겨났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ACK가 굳건히 자리를 잡은 배경도 연구개발 능력이다. 연구개발 능력은 ACK 대외신인도를 높였다.

글로벌 의료장비기업 대부분이 ACK와 거래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진단회사나 주요병원들이 ACK와 협력을 바라고 있다.

조 대표는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기업이 시약을 병원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SW개발을 제의해 왔다"면서 "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동남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층을 직원 오락휴게공간으로 = ACK는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주기 않으려는 마음이 숱한 사업다각화 유혹을 이겨냈다.

고양 사옥 1층을 직원들 오락휴게공간으로 설계했다. 탁구대 스크린골프장 오락기 등이 갖춰져 마음껏 즐긴다. 한켠에는 칵테일바가 마련돼 있어 직원들끼리 허심탄회한 소통을 이끈다. 4층 테라스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사옥을 지을 때 직원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조 대표의 관심이 휴게공간을 만들었다.

ACK는 SW개발 회사답게 탄력근무제는 당연하다. 10년 근속 직원에게 직원 이름이 새겨진 금코인을 만들어 증정한지도 5년째다. 조 대표는 직원과 소통을 중시한다.

직원 이직률도 매우 낮다. 직원 80명 중 10년 이상 근속자가 30명에 이른다. 회사에 직원정년이 없다. 능력이 되는 한 계속 일하는 건 당연하다는 게 그의 경영관이다. 이직이 활발한 SW업체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그는 '직원이 자녀와 함께 출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창업주 자녀만이 아니라 직원 자녀들도 함께 대를 이어 일하는 모습이 그의 '가업승계' 개념이다.

하지만 ACK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있다. SW가치를 저평가하는 문화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SW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SW가 제값을 받아야 SW개발업체는 경쟁력을 키울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조 대표. '동반자'인 직원과 함께 SW수출기업으로 도약을 시작했다.

고양=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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