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냉·난방비 '0원' 가능할까

2023-09-07 10:37:11 게재

'에너지브런치' 동대문구에서 첫발

탄소중립 앞장설 기후시민 양성한다

'기후시민 백세대장'은 로마 백인대장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이름이다. 아파트 100세대당 기후시민 1명을 양성, 지역별 마을별 탄소중립 실천 선봉장으로 길러내자는 취지다.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서울시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하는 '에너지브런치' 강좌가 5일 동대문구에서 첫 발을 뗐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답십리동 래미안미드카운티 주민들에게 탄소중립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6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미드카운티에서 진행된 에너지브런치 두번째 강좌에서 참가자들 열기가 확인됐다. 최명숙(51)씨는 "전기·가스료 아낄 방법을 배우려고 참여했다"면서 "전체 세대수와 공동전기료가 요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웃과 에너지 절감 방법을 함께 찾고 실천해야 한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에 소극적인 시민의식을 꼬집는 주민도 있었다. 베란다 태양광을 설치해 매월 1만원을 아낀다는 주미영(43)씨는 "온라인 게시판에 아파트 미관을 해친다며 태양광 설치를 자제하자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며 "에너지절감 기후변화 대응에 좀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 토론은 강의가 끝날 때마다 깊이를 더했다. 한 참석자는 "이런 논란과 공동체 내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앞으론 아파트를 처음 지을 때부터 전 세대에 태양광 설치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 등을 아파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의견에 공감을 표한 박 모씨는 "올 여름 극심한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변화대응의 시급성을 절감했다"면서 "갈수록 기온이 상승하고 에너지요금이 급등하는 악순환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시민들이 탄소중립 실천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생활 속 요금 절감 팁, 작은 실천 방안으로 접근했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염 모씨는 "그동안은 이해가 어렵고 전문가들 영역이란 인상을 받았다"면서 "냉난방비를 실제 0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강의를 들으니 눈이 확 떠졌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시민모임 동별로 조직 = 기후시민 백세대장이 동대문구에서 출발한 것은 이유가 있다. 동대문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선언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표방한 탄소중립 선도도시다. 최근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열었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탄소중립 전략과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이른바 탄소중립 씽크탱크다.

구는 기후변화 대응을 시민 속에 확산시키기 위해 '기후대응 교육센터'도 추진하고 있다. 60억원을 들여 탄소중립 시급성과 실천방안 기후변화 대응 요령 등을 체험형으로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이다. 환경부에서 국비 30억원을 확보했고 서울시와 구비를 합쳐 전국에서 가장 앞선 체험형 기후대응 교육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시민을 탄소중립 실천의 주역으로 만들자는 에너지브런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동대문구를 서울의 기후변화 대응 중심도시이자 베이스캠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주민들과 함께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주민모임을 동별로 조직하고 탄소중립 실천을 구 정책과 사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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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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