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당 맘대로? … 지방의원 '제명' 논란
양평군의회, 야당 의원 제명
윤리자문위 '경고' 의견 무시
화성시의회·대구 중구의회는 윤리특위 '제명' 의견 뒤집어
최근 지방의회의 의원 '제명'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양평군의회에선 윤리자문위의 '경고' 의견을 무시하고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 의원을 제명한 반면 경기 화성시와 대구 중구에선 윤리특위의 '제명' 의결을 뒤집고 공개사과 및 출석정지를 의결했다. 주민들이 직접 뽑은 지방의원의 직을 박탈하거나 유지하는 의결이 다수당 마음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양평군의회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양평군의회는 지난 1일 비공개 본회의를 열어 여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 제명안을 의결했다. 같은당 최보영 의원에 대해선 '공개사과'를 결정했다. 여 의원 징계사유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땅 특혜의혹과 관련해 관계 공무원과 나눈 대화를 녹음해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이고 최 의원은 녹음 당시 동석했기 때문에 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본회의에 앞서 민간이 참여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여 의원 징계안에 대해선 '징계하더라도 경고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냈고 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기각하라는 권고안을 결정했다. 지방자치법 제65조에 따라 윤리위는 의원들의 징계를 심사하기 전 윤리자문위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군의회는 이보다 세단계나 높은 징계안을 의결했다.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는 '경고-사과-출석정지-제명' 순으로 이뤄진다. 의원 '제명'은 재적의원 2/3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양평군의회 전체 의석 7석 가운데 5석(71.4%)을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야당 의원 전원을 징계한 셈이다.
여현정 의원과 최영보 의원은 군의회 의결에 대응해 7일 수원지방법원에 제명처분 무효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윤리자문위 권고를 무시한 이번 징계는 법과 절차를 위반해 이뤄진 정치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여 의원은 "당사자간 녹음은 불법이 아니고 공익적 차원의 언론공개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며 "법정에서 잘못을 바로잡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의 진상규명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화성시와 대구 중구에선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화성시의회는 지난 5일 동료의원들과 의회사무처 직원에게 수차례 욕설 및 협박성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A의원(국민의힘) 제명안을 부결했다. 대신 제명안 부결 직후 다시 상정된 수정 징계안(출석정지 30일 및 공개사과)을 가결했다. 대구 중구의회도 지난달 7일 차명회사를 설립해 중구청과 수의계약을 체결,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위반한 B의원에 대해 '30일 출석정지 및 공개사과' 징계안을 의결했다. 홍보물 제작업체 대표였던 B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선 후 수의계약을 못하게 되자 유령회사를 세워 중구청과 8차례(1680만원)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문제는 화성시의회와 대구 중구의회 모두 본회의 전 윤리특위에서 결정한 '제명' 권고안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8일 성명을 내 "지자체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원이 지자체를 상대로 사기를 쳤는데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것"이라며 "중구의회 징계는 지방자치를 욕먹이고 나아가 대구 전체를 욕되게 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올해 1월 창원시의회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막말을 한 김미나 시의원에 대해 '제명'을 결정한 윤리특위 권고안을 부결하고 수정 징계안(출석정지 30일)을 가결했다.
경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평군의원 제명은 화성이나 대구 중구 사례와 비교할 때 형평성을 잃은 정치적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의회가 주민 참정권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