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는 단단해졌는데… " 민주, 이재명 단식 '출구 전략' 고심

2023-09-11 10:48:50 게재

단식 중 검찰 소환 조사 … 이낙연 전 대표 등 격려 방문

"검찰로부터 대표 지켜야" 민주당 지지층 결집세 뚜렷

"정신력으로 버티는 단계" … 재소환 시점 분수령 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투쟁이 12일차를 맞았다. 지난 9일에는 검찰의 소환조사에도 응했다.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세는 뚜렷하다. 후쿠시마 오염수·해병대 수사 외압 논란·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을 놓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목소리를 높인 것 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계파간 내홍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양상이다. 당심 결집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지만 이 대표의 단식 출구 전략에 대한 고심이 크다. 여권이 '방탄 프레임'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의 건강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 최고위원회의 불참 |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있다. 단식 12일 차인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이재명 대표는 11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31일부터 당무와 단식투쟁을 병행했는데 체력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11일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대표의 의지가 워낙 강해 만류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낙연 "긴 싸움, 단식 거뒀으면" = 이 대표의 단식이 시작된 후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세가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당 지지도 조사(5~7일. 1000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1주일 전 조사보다 7%p 상승한 34%를 기록했다.

특히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 지지율은 같은 기간 43%에서 61%로 18%p나 뛰었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 목소리가 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왔던 내부의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단합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단식농성장에 설훈·전해철·홍영표 등 비명계 의원들의 격려 방문이 이어졌다.

이낙연 전 대표도 10일 이 대표를 찾아 "국민들도 이 상황을 착잡하게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단식을 거두고 건강을 챙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직 견딜 만하다"면서 "건강도 챙겨야 되겠지만 어쨌든 (윤석열정부의) 폭주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그 싸움은 꽤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까 건강은 지켜야 한다"며 "동지들도 걱정을 많이 하니 그 의견을 받아주고, 건강이 더 나빠지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장관 탄핵 소추안 발의 = 단식에 따른 내부 결집·동정론과 더불어 정부여당에 대한 확실한 견제 움직임도 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고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장관을 해임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했다"면서 "진실을 밝히려 한 해병대 수사단장을 탄압한 것도 모자라, '국민의 명령에 항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탄핵 절차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확실한 대립각을 세워 단식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운영의 전면적 전환 요구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식과 당무를 병행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도 여기 있다"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야당의 확실한 견제라는 기대를 모두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탄 단식' 벗어날 명분 필요 = 이 대표 단식이 내부 결속이라는 실리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방탄 프레임'을 해소했는지는 미지수다. 당 안에서 '정치 검찰로부터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는 여권의 공세도 여전하다. 지난 9일 검찰 소환조사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열한 정치사냥'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이 대표는 (전날) 증거라고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정치검찰 앞에서도 성실히 조사에 임했으나 (검찰은) 이 대표 망신 주기에만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이날 이 대표 국회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시간 끌기 작전으로 조사하다 시간이 모자란다며 이 대표에 대한 6차 소환조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사법 방해를 벌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조서에 서명 날인조차 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비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했다고 한다"면서 "조서에 날인하지 않으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구속영장 청구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쯤 되면 '불체포특권 포기' 번복을 위한 명분 쌓기 말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수사 방해용 단식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검찰이 요구한 재소환 통보에 응하는 시점이 단식 중단과 맞물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재소환까지 응한 후 치료를 받는 수순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더 큰 변수는 체포동의안이 넘어온 이후 시점이다. 당초 21일 본회의 보고 후 25일 표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대표 사수론'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 체포동의안 표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불가피하다. 단식투쟁 후 출구전략 마련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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