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음식+맥주'에 골목이 들썩
강북구 '2023 백맥축제'
내년에는 전통시장 순회
서울 강북구 대표 전통시장 중 한곳인 수유동 백년시장. 중앙통로에 띄엄띄엄 탁자가 놓여 있고 맥주와 가벼운 먹거리를 앞에 둔 시민들이 디제이(DJ)와 합을 맞춰 함성을 지르며 음악에 몸을 싣는다. 지난 8일과 9일 저녁 6시부터 장장 3시간에 걸쳐 시장 전체가 들썩였다. 강북구가 시장 복판에 무대를 마련하고 젊은층을 겨냥한 흥겨운 음악을 선보인 덕분이다.
11일 강북구에 따르면 올해 처음 선보인 '백맥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구는 청년부터 중장년층 가족단위까지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구상, 백년시장과 우이천 일대에서 이틀간 개최했다.
축제 이름 중 '맥'은 맥주 한가지 뜻이지만 '백'은 백년시장의 첫 글자이자 '100가지 음식' 두가지 의미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전체 먹거리를 '시장표'로 구성했다. 등갈비 삼겹살숙주볶음 맥반석오징어 닭가슴살지짐이 등 50개 먹거리는 시장 상인회가 준비했다. 5성급 호텔 출신 전문가가 상인들과 합을 맞춰 평소 판매 제품을 한단계 진화시킨 안주를 개발했다.
우이천에서 상인들과 함께하는 여울장터를 두차례 열어 주민들에게도 미리 선을 보였다. '성공 예감'이 들었다. 하루 판매금액이 1000만원을 넘자 상인들 자세부터 바뀌었다. 이순희 구청장은 "올해 봄부터 본인이 희망하는 음식으로 시작해 참가자 전체가 시식을 하고 개선하면서 준비해왔다"며 "가격도 1만원 이하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음식이 대박을 터뜨렸다. 상인회 청년기획단이 선보인 등갈비 바비큐는 대기줄이 수십미터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획단 관계자는 "숯불기계를 2개에서 5개로 늘렸는데도 부족했다"며 "대기자들에게 탄산음료를 선물하며 미안함과 감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백년시장에서 우이천 쌍한교까지 이어지는 600m 구간이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클럽처럼 바뀐 시장에서는 디제잉(DJing) 공연이 젊은층을 사로잡았고 인근 은모루공원과 우이천 제방쪽에는 수제맥주 판매대를 배치했다. 시장에서 쌍한교까지 이어지는 주택가는 알전구를 활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관구역으로 꾸몄다.
쌍한교 일대에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공간을 마련했고 저녁 8시부터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쌍한교 인근 주택가 도로 120m 구간은 '포장마차 구역'으로 만들어 먹거리를 즐기며 공연을 관람하도록 했다.
이틀 잔치에 4만4000여명이 방문했다. 강북구는 올해 성과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전체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백맥축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처럼 상인회와 준비단계부터 함께하는 게 관건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봄 축제에서 시장은 250% 가량 매상이 뛰었고 주변 수유역 상권까지 활성화되고 있다"며 "푸드트럭 등 외부 음식 없이 지역에서 준비한 먹거리만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공공과 주민이 함께하는 협업사례로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