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특성화대

우수한 이공계 연구 환경·풍부한 지원 매력

2023-09-13 11:01:40 게재

선배가 말하는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 입학 후 전공 탐색·변경 기회 많아 진로 부담 낮아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은 포항공대(POSTECH 포스텍),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켄텍)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유니스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등 4군데 과학기술원을 포함한 6개 대학을 말한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대학과 비교해 대학원 진학률이 매우 높고 학비 부담이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무학과로 선발해 1학년 때 전공 탐색의 시간을 거친 후 2학년 혹은 2학년 2학기에 전공에 진입한다. 자연계열 성향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의대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들 또한 대학 선택을 두고 고민이 커진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에서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대학 선택 과정과 학교생활을 물었다. 재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의 진면목을 함께 살펴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재학 중인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김동혁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켄텍) 에너지공학부 2학년 : 고교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에너지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비전에 공감했다. 특히 1기에 선발된다면 켄텍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지원 동기였다.

박기현 포항공대(POSTECH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2학년 : 중학교 때 친구가 포스텍에 가고 싶다고 해서 어떤 학교인지 찾아봤다. 소수정예, 등록금 전액 지원, 연구하기 좋은 환경 등 말 그대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이공계학과대탐험' 참가를 계기로 학교에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포스텍 진학을 꿈꿨다.

박영신 대구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1학년) : 디지스트는 따로 전공이 없고 트랙 제도를 통해 언제든지 원하는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융합적인 공부도 가능하다. 자기 주도적으로 전공을 설계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특히 관심 분야인 뇌과학이 많이 발전되어 있고 열정적인 교수님들이 많다는 점 때문에 주저 없이 디지스트를 선택했다.

이수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 생명과학부 3학년 : 지스트는 우선 이공계열 진학을 원했던, 특히 대학원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입장에서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한 학년 동안 다양한 기초 과목을 수강하는 기초교육학부가 있다는 점, 그리고 전과가 쉽다는 점도 중요했다.

이현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3학년 : 입학 전 전기전자공학과를 희망했지만 다른 전공도 기회가 되면 접해보고 싶었다. 과학기술원의 자유로운 전과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교 2학년 때 '미래 과학 영재 집중 과정' 을 통해 유니스트를 잠시나마 경험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유니스트를 선택했다.

■ 전공 선택 과정을 들려준다면?

박기현(POSTECH 포스텍) : 전공 탐색을 도와주는 '학과입문' '새내기연구참여' 같은 과목을 수강했는데, 사로잡은 전공이 바로 컴퓨터공학과였다.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는데도 흥미로웠다. 또 '딥뉴럴네트워크 기반의 부정맥 진단 모델'을 간단한 코딩으로 설계하고 평가하는 활동을 해볼 수 있었다. 고교 때부터 관심 있었던 '의공학'을 기계공학과뿐만 아니라 컴퓨터공학으로도 무궁무진하게 풀어나갈 수 있겠더라. 이런 과정을 통해 컴퓨터공학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수민(GIST 지스트) : 고1 때 생명과학을 배우며 어쩌면 인간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생명과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무렵부터 생명과학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이는 생태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현재 지스트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한다.

이현규(UNIST 유니스트) : '일반화학'을 공부하면서 2차 전지 관련 분석법 등에 흥미를 느꼈다. 화학과 진학도 고민하다가 순수 학문보다는 산업 현장이나 실생활과 밀접한 응용 학문을 하고 싶어서 에너지화학공학을 선택했다. 유니스트가 전과가 자유롭다 보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잘 안 맞으면 전과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했다.

■ 합격의 비결이 궁금하다.

김동혁(KENTECH 켄텍) : 평소 좋아했던 보드게임 전략을 응용해 게임 이론에 기반을 둔 최적화 논리로 면접 문제를 설명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참여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화와 타협이 필요했던 보드 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가 단순히 한쪽의 이익만을 생각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해결의 열쇠로 보고 질문에 접근했다.

박기현(POSTECH 포스텍) :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포스텍 면접은 다른 대학의 면접과 달리 조금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덕분에 포스텍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어필할 수 있었다. 또 포스텍이 발행하는 '포스테키안'을 꾸준히 읽어왔던 것도 대학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박영신(DGIST 디지스트) : 미래 설계가 뚜렷했던 점이 디지스트에서 선발한 가장 큰 이유일 거라고 생각한다. 퇴행성 뇌 질환을 진단·치료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한 도시를 설계해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뇌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자신을 피력했다.

이수민(GIST 지스트) : 고1 중반부까지는 인문계열 진학을 준비했던 터라 동아리도 경제 관련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과학적 역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과 소통 능력 역시 과학자에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도 관련 내용과 활동을 적었고 실제로 면접에서 질문을 받았다.

이현규(UNIST 유니스트) : 교내에서 열리는 수·과학 관련 대회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과학에 대한 관심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잘 나타낸 점이 입시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특히 고1 때 참여한 학술제가 기억에 남는다. '효율적인 미세먼지 제거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공학자로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이런 내용을 대입을 위한 기록에 잘 담아냈다.

■ 인상 깊은 전공과목과 그 이유는?

이수민(GIST 지스트) : 현재 소속 연구실 교수님의 '환경생태학' 수업이다.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과 비생물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를 공부하는 수업이었다.

이현규(UNIST 유니스트) : 3학년 1학기에 들었던 '고분자과학개론'과 '태양전지실험'이다. '고분자과학개론' 수업에선 교수님이 교과서 속 이론을 설명하면서 실제와 이론의 다른 점을 알려주셨다. '태양전지실험'에서는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와 많은 사람이 연구 중인 '유기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대해 배우면서 실제로 태양전지를 만들어봤다. 다양한 공정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김동혁(KENTECH 켄텍) : '차세대그리드 VC (Visionary Course)'를 통해 전력망의 일부를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수식을 세우고 컴퓨터를 활용해 해결하느라 힘들었다. 덕분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IBL(Inquiry-Based Learning)을 통해 질문과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하는데, 이 방식 역시 호기심과 협동심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박기현(POSTECH 포스텍) : '데이터구조'는 컴퓨터공학에 첫 발을 떼는 학생들에게 컴퓨터공학의 기반을 다져주는 과목이다. 여러 데이터 구조를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과제를 하면서 노트에 도식화한 구조들을 어떻게 코드로 구성하면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며칠을 새우며 고민했다. 이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마침내 구현했을 때 몇십 배의 기쁨으로 돌아왔고 그 과정들이 정말 재밌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현규(UNIST 유니스트) : 학부 인턴을 계속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내년 여름엔 현재 소속 중인 연구실 교수님의 도움으로 스위스의 로잔연방공과대(EPFL)에서 연구 인턴을 할 예정이다. 유니스트는 정규학기 교환학생, 방학을 활용한 단기 파견, 해외대학 인턴을 공식적으로 지원한다.

김동혁(KENTECH 켄텍) : 장기적으로는 환경·에너지 분야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3가지 관점을 세계화·양극화·다문화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화에 따른 빈곤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크다. 오랜 기간 환경기자 활동을 하면서 환경 문제를 인식했고 세계적 공존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특히 세계적 난제인 환경 문제에 대해 적정 기술을 활용한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와 사업을 추진해 보고자 한다.

박영신(DGIST 디지스트) : 내년 여름방학에는 해외 명문대에서 여름학기를 수강하기 위해 토익, 토플 공부를 하려고 한다. 또 뇌인지조절 연구실에 인턴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창업 동아리에서 다양한 창업 사례와 방법 등을 배우고 있는데 업사이클링과 관련한 창업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수민(GIST 지스트) :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생태학 분야를 공부할 것 같다. 지스트는 과학 분야는 물론 인문계열이나 예체능 교양 과목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학부생이 인턴을 할 수 있는 지스트 연구실 분위기는 큰 매력이다. 학업 강도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김기수 기자 · 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