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다시 단식농성에 복귀했다. 단식 14일째를 맞으며 당 안팎에서 중단 권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건강상의 심각한 위험상황이 오면 강제로 종료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다. 대신 개각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놓고 "윤석열정부는 국방부장관과 안보라인 교체로 꼬리 자르기에만 열중한다"면서 "특검법이 발의된 만큼 민주당은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국방부장관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려 하자 이종섭장관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장관을 해임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묵살해온 대통령은 이제야 수용할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채 상병 순직. 번번이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책임은커녕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니 온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감추려한들 법적, 도의적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이 대표 소환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의안에 대한 찬반을 놓고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13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 입장은 지금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라며 "당이 이 대표의 소명을 믿지 않고 기소할 것을 전제로 그 다음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13일 의원총회에서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면서 "검찰의 처분은 무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죽이기 공작 조작이 횡행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죽이기를 닮았다"면서 "김대중·노무현과 함께 똘똘 뭉쳐 싸웠듯이 이재명 중심으로 뭉쳐 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대표 단식 이후 당내에는 체포동의안 부결 기류가 커졌다는 평가다. 물론 비명계에서는 "다시 '방탄 지옥'으로 가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단식하고 힘든 분한테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게 참 야박하지만, 만약 부결시킨다면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국민들께 뭐라고 얘기하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하나. 방탄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이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자중하고 있지만 당내 문제나 리더십 문제가 치유되거나 제거된 것이 아니다"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이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