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채 상병 사망사고 관련) 해병대원 어머니, 사단장 공수처 고발

2023-09-14 11:15:46 게재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받고 입원 치료 중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모 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다가 구조된 A병장의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13일 고발했다.

A병장 어머니 B씨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이 대한민국을 바로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낸다고 밝혔다.

'해병대 사단장 고발' 인사하는 생존자 어머니│13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실종자 수색 사고 생존자 가족의 임성근 해병1사단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어머니가 인사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병장은 지난 7월 19일 구명조끼 등 보호장구를 갖추지 못한 채 실종자 수색을 위해 물속에 투입됐다가 오전 9시쯤 선두에서 먼저 물에 빠진 다른 동료 병사를 구하려다가 채 상병과 함께 물에 빠져 하류 방향으로 50m가량 떠내려가다 간신히 구조되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다. 당시 현장은 병사들이 수영을 시도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유속이 빨랐던 것으로 알렸다. 급류에 휘말린 이들 중 A병장과 동료 병사는 간신히 구조됐지만 상병은 결국 구조되지 못하고 사망했다.

현재 A병장은 외상후증후군(외상후스트레스장애)을 진단받고 입원 치료 중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B씨는 "본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온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첫 통화를 했을 때 '엄마, 내가 ○○이(채 상병)를 못 잡았어'라고 말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B씨는 사고일로부터 16일이 지난 후인 지난달 4일 아들을 처음 볼 수 있었다.

B씨는 "아들은 휴가를 나와서도 '해병 부심'으로 가득찼었다"며 "그런데 사고 이후에는 오히려 친구들에게 본인이 해병 나왔다는 얘기를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입을 뗐다. 그는 이어 "늘 잠꾸러기였던 아들은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장병들을 위험에 몰아넣은 해병 지휘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B씨는 "당시 사고 현장에는 영주댐과 안동댐에서 수문을 열고 초당 45톤씩의 물을 방류하고 있었다는 기막힌 뉴스를 접하고서 이 사고는 더 이상 사고라고도 부르고 싶지도 않아졌다"면서 "오히려 살인미수에 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작 입수 명령을 내렸다던 사단장은 현장에서 포병부대가 제일 문제라며 잔뜩 혼을 낸 이후엔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당신은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면 (대원들은) 그저 당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돌아오지 못하는 채 상병과 복구 작전인지 몰살 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된 아들들을 모두 정상으로 돌려놓아라"라며 "이미 당신이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B씨는 국민들의 관심도 호소했다.

그는 "제 아들과 당시 투입된 대원들 대부분이 아직 군에 남아 있어 몹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나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서 호소 드린다"며 "부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입대한 우리의 아들들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시선을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군인권센터는 "임 사단장은 사고 발생 이후로 A병장 등 물에 휩쓸렸던 병사들을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사단장은 피해자들과 같은 부대 안에 있으면서도 사고 발생으로부터 2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사과는커녕 위로나 격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를 불러 트라우마 치유를 하겠다고 언론 보도까지 냈지만 실상은 집체교육 형태로 트라우마에 대해 교육 받은 것이 전부였을 뿐"이라며 "군 병원 정신과 내원이나 병영생활상담관 상담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지휘관에게 이야기하라는 정도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경북경찰청에 대대장 2명(중령)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이첩했다. 해병대 수사에서 혐의자에 포함된 임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중사급 간부는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넘겼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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