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방장관 '경질론'에 선긋기

2023-09-14 10:58:15 게재

"국방장관 부재는 문제" 사표 수리 미뤄

일각서는 이 장관 대사·특사 파견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장관 교체를 결정하면서도 이종섭 장관의 사의는 수리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해병 순직사건 파문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야권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강성 장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는 게 대통령실 내부의 해석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차기 후보자가 결정되면 수리하고 말고도 없지 않나"면서도 "그런데 안보 쪽 공백은 하루라도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수리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원식 국방장관)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국방장관이 부재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판단했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언론 통화에서 "이 장관이 방산 수출과 군사 외교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며 이 장관이 방산 수요가 많은 국가에 대사나 대통령 특사로 파견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3일 국방장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체부 장관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야권의 탄핵소추 압박을 받던 이 장관은 전날인 12일 사의를 표명했었다.

고위 관계자는 국방장관 인사가 순직 해병 사건 및 야당의 탄핵추진과 관계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자꾸 문책성 인사로 말씀들을 많이 하시지만 1년 4개월 정도 (장관직을 수행)하면 과거에도 다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종섭 장관은 군 장병 사기도 많이 올리고 방위산업의 기틀도 마련했고 또 한미연합훈련도 새로 하고 많은 업무를 하셨다"며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이제 캠프 데이비드 이후 글로벌한 것으로 안보 역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의 순직 해병 수사 서류 결재 번복 논란에 대해서는 "장관 입장에선 다른 일로 바빠서 사인했다가 그 이후에 또 출장을 간 모양인데 다녀와서 다시 보자, 이렇게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장관 교체에 관한 고민은 그 (해병 순직사건) 전부터 이미 있어왔다"며 "(이번 교체는) 거대 야당에 맞서 잘 싸울 수 있는 장관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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