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쟁점

비상장주식 등 '재산신고 누락' 논란

2023-09-19 11:10:15 게재

성인지감수성 부족 등 과거 판결도 공방 … 윤 대통령과 친분, '코드 인사'도 지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20일 열린다. 청문회 최대 쟁점은 비상장주식 등 재산신고 누락이 될 전망이다. 또 미성년자 성범죄자에 대한 감형 등 성인지감수성 부족 판결도 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후보자를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등 '코드 인사'에 대한 공방도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와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이틀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인사말에서 "사법부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낮은 자세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철처히 수호하고 법의 지배에 입각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하는 법원 만들겠다"고 밝혔다.

◆재산신고 누락 해명도 = 이번 청문회에선 이 후보자가 재산 신고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을 누락한 경위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가장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이 후보자의 재산등록 누락이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의 인사 청문 자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 2명의 재산은 총 72억3000여만원으로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에서 최다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가 신고한 자신과 가족의 재산은 서울시 용산구 내 아파트와 부인 소유의 서초구 양재동 내 상가건물, 경북 경주와 부산 내 토지와 예금 등이다.

그런데 그동안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2000년부터 보유 중인 9억8900만원 상당의 (주)옥산과 (주)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 주식을 누락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취득 시로부터 약 20년 뒤인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두 자녀의 해외 거주지 계약 내역을 기재하지 않았다.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장녀는 해외 체류 중이고, 장남은 2014~2018년 해외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미국에 거주했다. 이 후보자는 두 자녀의 거주지 임대차 계약 내역을 2009년 이후 한번도 재산신고 때 포함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측은 "후보자의 자녀는 해외에서 생활할 때 임대차보증금이 없는 월세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임차 목적 부동산에 관한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보증금 없이 월세 계약을 한 경우 채무 등에 대한 재산신고를 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징역형 감형 선고 판결 논란 = 이 후보자의 과거 판결도 청문회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과거 12세 아동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의 형량을 줄여주고, 가정폭력 중 배우자의 배를 밟아 사망하게 한 남편의 형량을 항소심에서 감형해주는 등 소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해보이는 판결을 여럿 내렸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출장 마사지를 나온 여성들에게 마약과 수면제가 섞인 커피 등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여러 차례 강도 범행을 저지른 남성을 항소심에서 감형(징역 5년→징역 3년)했다. 이 후보자는 알코올 사용 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와 진지한 반성 등을 이유로 형을 선고 하한선인 징역 3년으로 줄였다.

특히 이 후보자가 재판장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8부는 2020년 11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만 12세의 피해자와 세 차례 성관계를 갖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범행을 자백하는 점, 20대의 젊은 나이로 개선과 교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피고인이 자백하거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감형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판결문에도 기재되었듯이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의 정도, 형벌의 기능인 범죄에 대한 응보,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형량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 단체들은 이 후보자가 여성 폭력 가해자를 감형하고 여성 인권을 퇴보시키는 행보를 보여왔다고 주장하며 사퇴 촉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지난 5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지난 판결은) 여성과 아동 폭력을 외면한 판결이었다"고 평가한 뒤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 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판결은 갈 길이 먼 성평등사회를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코드 인사는 청문회 단골 메뉴 =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코드 인사 논란은 과거부터 빠짐없이 등장한 이슈이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코드 인사와 함께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게 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법원장으로 지명했고, 제14대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임명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을 통해 드러난 뚜렷한 보수 성향으로 당시 정부와 코드가 일치한다는 야당의 비판이 있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앞선 대법원장 후보자들과 달리 대법관 경력이 없고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 그 후신의 성격이 강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적 인사라는 이유로 코드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도 역시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 1년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텁고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친한 친구의 친구이다 보니 그런 얘기들이 나온 것 같은데,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수장을 맡게된 후 사법부가 제대로 독립성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친한 친구의 친구'라는 자신의 말처럼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가 사법부의 독립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회는 이틀간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21일 인사청문특위 전체 회의를 열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날이나 2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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