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킥보드 잇단 화재 주의
배터리 열폭주, 불산 가스 발생 위험
"밀폐장소 충전 안 돼, 80%만 충전"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화재가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36분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구로상가 지하 1층에서 전기자전거 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방 차량 45대와 인력 153명이 출동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불로 시민 2명(1명 화상)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3명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오후 5시 2분쯤 불을 진화한 소방당국은 1억5000만원 재산 피해를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 군포시 한 상가 건물에서 전기자전거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4200만원 재산 피해를 입히고 25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충전 중 인버터에 부하가 걸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자전거 부품인 리튬 배터리는 충전 중이나 사용 중에 과열되거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화재는 주로 배터리 충전 시에 일어나고 내부 회선 단선이나 외부 습기, 물에 접촉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배터리가 위험한 이유는 배터리에 불이 나면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고 불이 잘 꺼지지 않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유독가스(toxic gas)도 발생해 지하에서 불이 나면 연기와 열이 잘 배출되지 않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형 배터리는 고밀도라 효율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폭발 위험성도 있다"며 "화재 발생 시 나오는 불산을 흡입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화재는 2021년 11건에서 2022년 22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8월까지 21건이 발생했다. 같은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동킥보드 화재는 2021년 39건에서 2022년 115건으로 늘었고, 올해 8월까지는 63건이 일어났다. 올해는 화재로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관련 화재가 잇따르자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8월 소비자 안전주의보를 발령하고 "리튬 배터리는 과충전으로 화재나 폭발이 발행할 수 있는 만큼 충전이 끝나면 반드시 코드를 뽑고,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출입구 근처에서 충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소방당국도 정격 전압과 정격 전류에 맞는 충전기를 사용하고, 충전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또 전기자전거 등을 보관할 때는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세워두고 커버 등을 덮지 말도록 했다.
한편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충전과 관련한 안전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자동차 충전소의 경우만 소방안전가이드를 통해 개방된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연기배출시설 등 설치 기준을 맞추면 지하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충전설비 안전기준'을 제정하고 충전설비를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지상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에 지하 2층 이내에 설치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공 교수는 "잠잘 때 충전하면 화재가 난 것을 모르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 충전을 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충전 용량을 다 채우지 말고 80%만 충전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용 충전기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