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몰랐다" "안했다" … '국정농단' 혐의 여전히 부인
"주변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 도의적 책임만 인정
박 전 대통령, 중앙일보와 인터뷰 … 회고록도 연재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징역 22년형을 받은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활비 상납 등 혐의에 대해 대부분 "몰랐다"거나 "안했다"며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대신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불찰"이라며 도의적 책임만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 인터뷰는 26일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공범으로 지목된 최서원씨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운영에 깊숙히 개입한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며 들으니까 최 원장이 재단 실무진의 면접도 보고 운영도 관여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미르재단 등에 롯데·SK가 낸 출연금이 뇌물로 인정된 것에 대해서도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돈, (K스포츠재단이) SK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가 포기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 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 대통령 면담이니 기업의 애로사항이나 현안에 대해 말을 했겠지만, 저는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다"며 판결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최 원장이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도의적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대해선 "취임 초 보좌진으로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또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그런 지원을 해왔다'길래 그러면 '지원받아서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 다만 어디에 썼는지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특활비를 제 사적 용도로 쓴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징역 2년형을 받은 새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당에 전달하면서 '이 사람들은 꼭 공천하라'고 한 기억은 전혀 없다. 수석비서관회의 때 정무수석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당에서 (조사를) 해서 청와대에 전달한 걸로 생각했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김무성 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저한테 면담 요청도 했고, 전화 연결도 부탁했는데 그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 얘기를 제가 구치소에 들어와서야 전해 들었다. 당시에 저는 전혀 몰랐던 일이고 그래서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나' 하고 분노했지만 누구를 탓하겠나. 그것도 대통령인 제 책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탄핵 표결 당시 일부 친박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선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다.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정부'라는 평가에 대해선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 '통진당 해산'이라든가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면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정책이다. 제가 탄핵되기 전부터 벌써 상당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정책적으로는 '성공한 정부'라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은 내달 4일부터 중앙일보를 통해 회고록을 연재할 예정이다. 회고록은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2021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할 때까지 10여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게 중앙일보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