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중소기업 위기 가중 … '신속한 구조조정' 과제

2023-09-27 10:28:53 게재

금감원, 신용위험평가 대상 넓혔지만

엄정한 평가로 부실징후기업 가려내야

기촉법 일몰 앞둬, 구조조정 차질 우려

고금리 상황이 장가화되면서 빚이 많은 중소기업들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저금리와 정부·금융권의 지원으로 버틴 한계기업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금융부담으로 체력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조정을 통한 재무구조조정과 사업구조개편 등과 같은 사업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 고금리 상황을 반영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올해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되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과 채권은행들은 신용공여 규모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징후 기업을 가려내고 있다. 신용위험평가는 세부평가 대상에 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 △산업위험△영업위험△경영위험△재무위험△현금흐름 등을 분석해 A~D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A등급은 정상 영업이 가능한 기업이고, B등급은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등 부실징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다. 신속금융지원과 프리워크아웃,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단계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C와 D등급이다. C등급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절차로, D등급은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가거나 파산을 맞게 된다.

금감원은 올해 신용위험평가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평가 요소에 반영해 기업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로 했다.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부실징후 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등 영업환경이 좋은 기업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 부채가 많은 상당수 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회생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중소기업이 비은행권(저축은행 보험회사 상호금융 등)에서 빌린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23조9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조2800억원) 대비 14조7100억원(158.5%) 급증했다. 2분기 기준 대출 연체율도 4.61%로 전년 동기(1.95%) 대비 2.66%p 상승했다. 지난해 2%대에 머물렀던 연체율이 올해 들어 급격히 오른 것이다.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관건은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는 채권은행들이다. 금감원은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채권은행들은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했던 기업들에 우호적인 경우가 많아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금감원이 평가지표를 보다 개량화하면서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 구조조정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분류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절차를 밟아야 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더라도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내달 15일 일몰을 앞둔 기촉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제도가 중지되기 때문이다. 기촉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 워크아웃제도가 멈추면 채권단을 움직여서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 있는 동력이 약해지게 된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의 법안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기촉법 연장 법안이 내달 15일 이전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촉법이 효력을 상실한 경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플랜B를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촉법 일몰시 채권금융기관들을 소집해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 체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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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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