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세 … 유류세 인하 연장에 '무게'
이달 중순 연장여부 결정 … 국제유가 100달러선 육박
물가부담에 세수감소 감내 … 두달 연장하면 1조원 감소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가 리터(L)당 615원, 경유는 369원을 적용해 각각 25%, 37% 인하된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 7월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한 뒤 올해부터 휘발유 인하 폭을 25%로 일부 환원했다. 이후 해당 조치를 추가로 4개월, 2개월 두 차례 더 연장했다.
◆휘발유값 1800원대 육박 = 정부가 세수 부담보다 물가 등 국민 경제 전반의 영향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점에서, 현행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으로 유류세 인하 연장이 결정된 한 달여 전보다 오히려 상승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유류세 인하 연장이 발표된 지난 8월 중순 배럴당 80달러대 중반에서 지난달 말 90달러대 중반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30원 내외에서 1790원대로 올랐고, 경유는 1600원에서 1700원대를 돌파했다.
4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796.32원으로 약 14개월여 만에 18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휘발유 가격이 마지막으로 1800원대를 기록했던 것은 지난해 8월12일(1805.86원)이다.
경유 판매 가격도 약 9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을 돌파했다. 이날 전국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0.11원 오른 1700.03원을 기록했다. 1700원대 진입은 올해 1월8일(1702.48원)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주간 단위로도 지난주까지 12주 연속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등의 여파로 최근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휘발유·경유 가격의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흐름 좌우 = 석유류 가격은 물가 전반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에서 8월 3.4%로 상승 폭을 1.1%p 확대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가 -1.49%p에서 -0.57%p로 0.9%p 끌어올렸다.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은 세수의 지속 감소를 뜻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과거 실적 등으로 미뤄볼 때 유류세 인하 조치의 두 달 연장으로 세수가 인하 전과 비교해 1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류세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유류세 수입 항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올해 들어 7월까지 6조2000억원을 걷어 1년 전보다 7000억원(9.5%) 줄었다.
정부는 내년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15조3000억원으로 올해(10조8000억원)보다 4조5000억원(41.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다만 이는 실제 정책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대로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상화하기는 어렵다. 지난 8월처럼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연장하는 등 연장 기간을 짧게 가져가면서 국제 유가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향후 국제 유가 추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의)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