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새 하원의장 경선 점화

2023-10-05 10:40:44 게재

원내대표·법사위장 출사표

당내중도파 잡는 쪽이 유리

하원의장을 갈아치운 사상 초유의 사태로 연방하원이 마비된 가운데 차기 하원의장을 조기에 선출해 안정을 되찾으려는 공화당 하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 2인자인 스티브 스칼리스(루이지애나) 공화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이 4일(현지시간)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스칼리스 원내대표는 케빈 매카시에 이은 당서열 2위로서 자연스럽게 후임 하원의장으로 거론돼 왔는데 공식 출마를 발표한 것이다.

그는 대표적인 보수파로서 당내 보수강경파들로부터 비토 당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축출된 매카시 전 하원의장과 손잡고 공화당 하원 서열 2위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이번 해임 사태에 직접 책임이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는 또 2017년 야구 연습장에서 총격 테러를 당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혈액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어 건강상 문제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비록 매카시 하원의장 체제를 옹호해왔으나 그의 축출을 주도해온 매트 게이츠(플로리다) 의원 등 보수강경파들로부터도 공개 지지를 받고 있다.

게이츠 의원은 올 1월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을 가로 막았을 때에도 조던 의원을 의장으로 천거했으며 이번에도 차기 하원의장으로 강력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던 법사위원장은 대표적인 보수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옹호자로 널리 알려져 강점이자 약점이 되고 있다. 그는 법사위원장으로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 의혹 등을 파헤치는 데 집중했으며, 매카시 전 의장이 공식화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톰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 보수 모임인 '공화당 스터디 위원회' 의장인 케빈 헤른 의원(오클라호마) 등도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공화당 하원 내에서는 20~30명에 달하는 중도파들이 '조던 하원의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던 법사위원장이 이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차기 하원의장으로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선출돼 연방하원의 기능을 정상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원의장 선거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며 공화당은 하루 전인 10일에 후보들의 정견 발표 등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장은 과반 득표로 결정되며 이 때문에 다수당이 하원의장을 배출해왔다. 그러나 공화당(221명)과 민주당(212명)간 격차가 크지 않고 20명 정도 되는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이번에도 이탈할 경우 연초보다 의장 선출이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매카시 전 의장은 15차례 투표 끝에 하원의장에 당선됐으며 이 과정에서 강경파에 다양한 양보를 했다. 이번에 매카시 전 의장이 해임되게 된 계기가 된 해임결의안 제출 기준을 의원 1명으로 낮춘 것도 그중 하나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