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전단지' 서울대생 나서니 공공이 화답
관악구 주민 손잡고 퇴출 홍보전
'쾌적·안전도시' 만들기 한목소리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샤로수길. 박준희 구청장을 비롯한 관악구 공무원과 관악경찰서 경찰, 주민 대표에 서울대학교 학생, 어린이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퇴폐·음란업소 전단지 퇴출 홍보전이다. 직전 청룡동 구청 광장에 100여명이 모여 '불법전단지 제로(zero) 특별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이동한 참이다.
16일 관악구에 따르면 최근 불법전단지 정비 건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7월에는 790장이었는데 8월에는 1403장으로 두배 가량 많아졌다. 주민들 불편 호소에 야간 특별단속을 펼친 9월에는 4300장이나 됐다. 이달 들어서는 13일 현재 215장이다.
그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다. 7월에는 하루 평균 12건 민원이 접수됐는데 8월에는 24건 9월에는 33건이나 된다. 10월 들어 약간 주춤해졌지만 13건으로 여전히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자동경고발신 시스템'을 통해 전단지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와 연결을 차단하고 야간 집중 단속을 실시하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관련 법령에 따른 과태료도 미약한 수준이다. 통상 과태료는 1~10장 장당 8000원, 11~20장 장당 1만7000원에 불과하다. 21장 이상 뿌려도 장당 2만5000원에 그친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먼저 움직였다. 이민호(경영학과 4학년)씨가 주축이 됐다. 그는 "샤로수길을 6년째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 급작스럽게 불법전단지가 늘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을 통해 걸으며 줍기 활동(플로깅)에 동참할 학생을 찾았는데 순식간에 100여명이 모였다.
매주 금요일 저녁 10명 이상 모이고 시간이 되는 이들은 일상적으로 두셋씩 짝을 지어 활동을 한다. 이씨는 "상인들이 음료수를 주며 응원하고 다른 자치구로 플로깅이 전파되는 등 1차적인 공론화에는 성공했다"며 "해외 사례를 보니 궁극적으로는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악구는 학생들에 호응, 주민 참여에 기반해 불법전단지 근절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민·관·경 합동으로 홍보전을 펼치는 동시에 강력한 단속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12일 특별 선언식은 그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 관심이 쏠리면 업주들 스스로도 자제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전단지 배포 업소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잠복한 끝에 퇴폐업소 명함을 투척하던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검거하고 배포 업소를 추적하는 성과를 거뒀다.
거리 홍보전에는 주민 대표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동참해 관심을 끌었다. 동생 지훈(8·성현동)이와 함께 참여한 이지민(11) 어린이는 "관악구에 쓰레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어른들 관심을 호소했다. 아이는 올해 초 구 소식지에도 "쓰레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며 "어린이 어른 모두 지구가 아프지 않게 도와 달라"는 소원을 적어 눈길을 끄었다.
관악구는 이날 특별선언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단속에 돌입한다. 과태료 부과, 자동경고발신과 함께 학생들이 제안한 법·제도적 개선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민·관·경이 힘을 모아 거리가 점차 깨끗해지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며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동참해주셔서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