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 쟁점은

'보수성향' 결정·판결 주요 검증대상

2023-10-19 11:24:02 게재

'낙태죄 합헌·검수완박 취소' 등 의견

윤 대통령과 대학 동기 등 친분도 쟁점

이 후보자 "무거운 책임감 느껴"

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주목된다. 재판관으로서 지난 5년간 '낙태죄 유지' '검수완박 취소' 등 보수 성향의 의견을 내놨으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재판관 청문회 당시 드러난 위장전입 문제 등을 야당이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헌재소장 임명이 불발되거나 지연될 경우 대법원장에 이어 사법부 양대 수장이 동시에 공석인 사태를 맞게 된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이 후보자는 지난 5년간 헌법재판을 담당해 온 현직 헌법재판관으로서 뚜렷한 소신과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헌법질서 수호에 앞장서 온 분"이라며 "앞으로 헌법재판소를 이끌면서 확고한 헌법 수호 의지와 따뜻한 인권 보호 정신을 동시에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는 역할을 빈틈없이 잘하시리라고 믿는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경북 칠곡 출신인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30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도덕 교사'라고 불릴 정도로 원칙을 중요시하는 판사로 유명하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6년 1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구속시켰다. 당시 재벌 회장의 구속 사례가 드물었던 터라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2018년 10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6년 임기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재판관 5년 동안 꾸준한 보수적인 의견 = 이 후보자는재판관으로 취임한 이래 5년간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서 꾸준히 보수적인 의견을 내왔다. 그는 2019년 4월 헌재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270조에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다수의견에 반대하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와 조용호 당시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비해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경제적 상황도 낙태가 가능한 사유로 고려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는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 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3월에는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과 함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해당 법의 입법 내용과 과정 모두 문제가 있어 입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개정 검찰청법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사의 직무상 객관성과 중립성을 훼손해 그 소추권 및 수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법적 효력을 제거해 침해된 검사의 권한을 즉시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 후보자는 2021년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며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을 낸 3명의 편에 섰다.

올해 7월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의 주심을 맡기도 했다.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서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 모두 문제가 없다는 법정 의견 편에 섰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소추를 기각했다.

국가보안법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이적 행위 조항과 이적 표현물 조항에 대해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도 청문 과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법과대학 79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 같은 반 소속으로 친분이 두터웠으며 각자 졸업해 법조계에 진출한 뒤에도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는 18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통령 친분'과 관련한 우려에는 "유념해서 업무를 보겠다"고 말했다.

헌재소장은 따로 임기 규정이 없어 이 후보자가 소장으로 임명돼도 기존 재판관 임기인 2024년 10월까지만 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장전입 또 도마에 오를듯 = 이 밖에도 이 후보자는 2018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본인이 세 번, 배우자가 두 번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1982년 주소지를 대구 본가에서 경북 칠곡으로 바꾸고, 다시 1년 뒤 본가로 옮겼다.

당시 후보자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이었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농지 취득용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를 비롯해 이 후보자와 배우자가 1982~1996년 5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 후보자는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옛 판결들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민사16부 재판장이던 2011년 한 중장비 수출 업체가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판매사인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법원행정처가 '박근혜정부 국정 목표 수행을 위해 노력한 판결' 중 하나로 이 후보자의 키코 판결을 적시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정 협조 고려는 없었다고 하면서도 '피해 기업들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재소장은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하다.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서도 고강도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현 유남석 헌재소장의 임기는 다음 달 10일까지다. 국회가 일정을 서두른다면 11월 초순경 청문회를 거쳐 유 소장의 임기 종료 직전 임명동의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일 이재걸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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