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 견제 강경 카드 … '힘 자랑' 우려도

2023-10-19 11:10:27 게재

국정조사·인준부결·검사탄핵

"승리에 안주하는 언행 자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위한 강경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오만한 언행은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에 대한 견제카드가 자칫 다수 의석을 앞세운 '힘 자랑'으로 비치면 역공 당할 수 있다는 염려로 풀이된다.

최인호 의원 발언 듣는 홍익표 원내대표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민주당은 중반에 접어든 국정감사에서 국토위·법사위 등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 비위 등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후 정권심판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정조사'를 언급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 합리적 의문을 외면한 채 국정감사를 닷새 앞두고 왜곡·조작 의혹이 있는 비용편익(B/C) 분석을 발표하고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등 무책임하고 오만한 태도가 조작과 은폐 의혹을 더욱 키우는 모양"이라며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남 탓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국정조사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해병대 채상병 관련 특검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처리했고, 지난 4월 말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대장동 50억클럽 관련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12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또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 인준을 부결시켰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고 사법부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하라'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대법원장의) 국회 임명 동의 부결은 대통령의 잘못을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입법부가 바로잡은 것"이라며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잘못된 인사와 부실 검증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비위 검사'에 대한 탄핵 카드도 내밀었다. 지난 6일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에 대한 보복 기소 등을 이유로 연루된 검사를 탄핵한데 이어 '검사 범죄 대응 TF'를 출범시키고 비리 연관 검사에 대한 추가 탄핵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18일 회의에서 "일반인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없는 범죄를 검사란 이유로 면책되는 건 정상이 아니"라며 "검사 범죄를 단죄하는 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절대적 국회 다수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견제권이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권을 강경 일변도로 밀고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견제권 남용'이라는 비판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선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러나 대법원장에 이어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준 과정이나 추가적인 검사 탄핵 등이 이어질 경우에도 '힘 자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도 18일 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정부 여당의 선거 패배 여진을 지적하고 쓴소리를 하면서 승리에 안주하는 언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만하게 비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내부 자제령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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