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명성이냐 통합이냐 … 결국 '윤심'이 판가름
유승민·이준석 놓고 "같이 갈 수 없다" "나가면 총선 패배"
2015년 박근혜, 유승민 내쫓고 '진박 공천'하다 '몰락의 길'
◆윤 대통령 눈 밖에 난 비윤 = 24일 여권은 총선을 앞두고 선명성의 길을 걸을 것이냐, 아니면 통합 시너지를 택할 것이냐를 놓고 공방이 한창이다. 기준점은 비윤의 포용 여부다.
비윤은 대선 과정에서 형성됐다.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무속 연루 의혹'을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이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를 펼친다"며 격분했다고 한다. 뒷끝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서자, 자신의 측근을 보내 떨어뜨렸다. 유 전 의원이 비윤의 길을 걷게 된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이준석 전 대표의 '두차례 가출'을 부득불 수습했지만, 윤 대통령 측근 이용 의원이 훗날 "지난 대선 때 보면 가장 위험하고 위기였을 때가 이준석 대표의 가출이었다"고 언급할만큼 이 전 대표에 대한 감정이 쌓여있었다. 결국 대선 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정지 1년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무조건 합치는 게 능사 아냐" =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권에서는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며 선명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덧셈정치를 해야한다"며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이 충돌한다.
친윤에서는 선명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비판할 때 '너 잘돼라'는 비판이 있고, '너 죽어라'는 비판이 있는데, 두 비판은 구분돼야 한다"며 "우리 당과 윤석열정부가 망하기를 기대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무조건 다 합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 2020년에도 미래통합당이 보수를 다 통합하는 형식으로 총선을 치렀지만 완패하지 않았냐. 선거만을 위한 부자연스러운 결합은 소위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에 무게를 두는 주장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23일 토론회에서 "호불호를 떠나 이 전 대표는 중도·청년·호남을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나가면 우리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신당으로 나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현실정치를 모르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유승민 축출'의 교훈 = 결국 선택은 윤 대통령 손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당·정·대의 정점에서 사실상 총선 전략을 주도하고 있기 ??문이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박근혜정부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0대 총선을 10개월 앞둔 2015년 6월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란 표현을 앞세워 비박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고 봤다. 친박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고 결국 유 원내대표는 밀려났다. 이듬해 총선에서 박 대통령은 '진박 공천'을 감행했다. 선명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유승민 축출'과 '진박 공천'은 총선 패배를 초래했고,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으로 이어졌다.
여권 고위인사는 23일 "박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내치고, 진박 공천까지 감행하다가 총선 패배를 자초했다. 총선에서 지면서 정권 몰락은 예고됐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