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1.5도 낮추는 가을숲 달리기
광진구 기후위기 심각성 공유
환경+문화행사 주민 실천유도
서울 성동구 사근동 주민 김보하(42)씨. 지난 주말 남편과 7살 딸까지 온 가족이 이웃 광진구 구의동 광진숲나루로 향했다. 아차산 어울림정원을 지나 워커힐 주차장 입구를 돌아오는 3㎞를 달리기 위해서다. 김씨는 "게을러진 마음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주기적으로 시민들을 일깨우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이 달린 3㎞는 광진구가 기후위기 심각성을 공유하고 탄소중립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준비한 '2023 함께 뛰는 제로광진 3K'다.
25일 광진구에 따르면 구는 주민들이 탄소중립 필요성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환경 의제에 문화를 더한 '함께 뛰는…' 행사를 기획했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 의미를 담아 '제로광진'으로 작명했다. 전 세계적인 재앙을 막기 위해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흐름을 반영, '기후 1.5도 낮추는'이라는 부제도 붙였다.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3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에는 김경호 구청장과 주민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몸 풀기를 시작으로 안전요원과 함께 출발한 참가자들은 응원단이 든 손팻말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를 접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주거지역이 침수됩니다' '봄과 가을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등이다. 온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 사진, 기후위기를 알리는 몸짓도 참가자들 눈길을 끌었다.
숨가쁜 뜀박질 가운데도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길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눈에 담았다. '일회용품은 거절' '일주일에 한번은 채식' '불필요한 물건 구매 참기' '세탁기 사용 횟수 줄이면 지구 온도가 0.8도 낮아진다' 등이다. 반환점에서는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다시 달려봅시다'는 문구가 지친 발걸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나무로 제작한 완주 메달에 후원물품도 완전 채식주의자를 위한 객실 숙박권, 띠지 없는 생수 등 친환경 일색이었다.
달리기에만 목표를 두었던 주민들도 행사가 끝난 뒤에는 탄소중립에 생각이 쏠렸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가자는 "평소에 몰랐던 기후위기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이색적인 경험"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광진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공공부문 18개 건물 대상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 공공건물 태양광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민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와 접목한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기후 1.5도 영화제'도 그 중 하나다. 전문가 특강과 영화 '그레타 툰베리' 등 감상을 통해 '1.5도'의 의미를 알아보는 시간에 주민과 대학생 환경단체 등 300명이 몰렸다.
환경의 날을 기념한 '환경한마당'에서는 나무 70그루를 심어 탄소중립 숲을 조성했고 자전거 발전기 체험을 했다. 8월 '에너지의 날'에는 냉방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원차림 패션왕 선발대회'가 주목을 끌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탄소중립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친환경 제품 사용과 쓰레기 분리배출, 장바구니 사용 등 일상 속 작은 실천에 많은 주민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