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혁신 기업인 열전 | ⑧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

자연추출 기술로 콜드브루시장 주도 … 네슬레도 반해

2023-10-25 11:42:04 게재

세계 최초로 고농도 커피원액 고속·대량 제조시스템 갖춰

일 100만잔 생산가능 … 농축·고온처리 없어 유효성분 유지

자체 브랜드 '브루젠' 출시 … 글로벌시장 발걸음 시작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진행형이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9월 21일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가 강원도 횡성 본사에서 자체브랜드 '브루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경쟁이 치열한 커피시장에 뒤늦게 뛰어 들었다. 지금은 콜드브루(Cold Brew)커피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떠올랐다. 스위스 네슬레(Nestle)와 프랑스 마네(MANE)가 찾을 정도다.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군에 자리잡고 글로벌시장 발걸음을 시작했다.

넥스트바이오(대표 신언무)가 천연재료 추출기술력으로 일군 성과다.

넥스트바이오는 콜드브루 커피원액 추출 전문기업이다. 원액과 분말제조가 핵심사업이다. 콜드브루(Cold Brew)는 차가운 물로 우려내는 방식을 일컫는다. 2016년 본격적으로 콜드브루 커피원액 제품을 출시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8년 이노비즈 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넥스트바이오의 콜드브루 커피는 시장에서 정평이 나있다. 할리스커피 폴바셋 테라로사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커피 프랜차이즈 대부분에 커피원액과 분말스틱을 공급하고 있다.

스위스의 인스턴트 커피기업 네슬레에도 콜드브루 커피분말을 납품하고 있다. 네슬레에 지난해에만 약 33억원 어치를 팔았다. 프랑스의 글로벌 향기업체 마네에도 콜드브루 커피원액을 수출하고 있다. 주로 주문가상표부착(OEM)과 생산자개발(ODM)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근에 자체브랜드 '브루젠'(brew zen)을 출시했다. 바닐라커피, 디카페인커피 등 콜드브루 인스턴트 커피 4종과 액상 커피(4종)를 각각 내놓았다. 쇼핑몰도 새로 개설했다.

지난달 21일 횡성 본사에서 만난 신언무 대표는 "전체 매출의 80%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올해부터 수출 비중을 늘려 프리미엄 콜드브루시장을 선점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연재료 추출기술 기반 = 커피시장 후발주자가 콜드브루 선두가 된 데는 기술력에 있다. 핵심기술은 '고농도 저온추출 기술'과 '저온 초미세 분쇄기술'이다. 넥스트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저온에서 고농도 고효율 고속으로 콜드브루 원액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지난해 신기술(NET)로 인정받았다. '고농도 저온추출기술'로 불리는 이 기술은 별도의 농축공정 없이 18℃ 이하의 차가운 물로 천연 원재료가 가진 맛과 향, 유효성분을 그대로 추출한다.

자체 설계·개발한 자동화추출 양산설비에서 일반 에스프레소 커피 대비 3배 이상 진한 고농도 콜드브루 원액을 1일 최대 10톤까지 생산할 수 있다. 이는 350ml 기준으로 약 100만잔 커피 음료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저온 초미세분쇄기술 역시 자체 개발했다. 18℃ 이하에서 디스크 방식의 저온 마이크로 분쇄기가 원료를 25μm(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냉각분쇄하는 기술이다. 많은 회사들은 액체질소를 이용해 원물을 -196℃ 이하에서 급속 냉각해 분쇄한다. 이같은 방식은 분쇄분말 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원두커피 고유의 향이 손실되는 단점이 있다.

신 대표는 "섬유질이 많은 천연소재는 마이크로 분쇄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저온 냉각분쇄는 영양성분이나 향 맛 색상 등 열에 의한 변성을 최소화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루젠 제품 중 '그린밸류 커피'는 유효성분인 클로로겐산을 10% 이상 함유하고 있다.

넥스트바이오 기술은 탄소중립기술이기도 하다. 공정에서 고온 고압 열을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CO₂) 발생량을 줄였다. 자체 계산한 결과에서 연간 122톤 가량의 CO₂ 절감효과가 있었다. 고농도 원액이다보니 물류에서도 장점이다.

품질과 기술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신 대표는 "직원중 약 10% 가량이 연구개발인력"이라며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국내 대학, 연구기관의 산학연 교수, 전문기술 자문연구위원들과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인에서 기술창업 성공 = 넥스트바이오의 시작은 2002년 설립된 초임계 전문기술기업 유맥스다.

신 대표는 금융인 출신이다. 국민은행 기획파트에서 10년,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파트에서 10년을 근무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투자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를 경험하면서 매우 실망했다. 직접 창업해 모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유맥스는 초임계추출공법을 기반으로 CJ와 함께 최고급 참기름을 출시했다. 넥스트바이오는 2008년 유맥스 자회사로 설립해 천연기능성소재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2010년 유맥스를 매각하고 계열사였던 넥스트바이오를 커피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인문계 출신이던 그는 20여년간 사업하면서 기술자가 됐다. 세계 최고급 콜드브루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학습하며 연구해 온 결과다. 공장 설비와 시스템도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넥스트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166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비중은 20%다. 올해 매출은 18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본관공장과 신관공장 등 2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별관공장을 완공해 내년 1분기 가동할 계획이다. 수출확대를 위해서다.

"사명이 넥스트바이오다. 모두에게 건강에 도움되는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사회에도 기여하는 글로벌기업이 되도록 하겠다." 넥스트바이오와 신 대표의 눈은 세계시장으로 향했다.

횡성=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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