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사협정 … 11월 국회 '시험대'

2023-10-26 10:33:08 게재

"볼썽사나운 모습 안돼" 원내대표간 합의

대통령 시정연설·쟁점법안 처리에 관심

선거제·장관 탄핵안 등 충돌이슈 대기

11월 예산국회를 앞둔 여야가 상임위·본회의장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피하자'며 신사협정을 맺었다. 상대를 향한 고성과 야유, 비난 팻말 등을 들지 말자는 것인데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11월 9일 입법을 주도해 온 노란봉투법·방송법 처리를 공언하고 나섰고,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양 당의 대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사협정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의장과 회동에서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팻말을 내걸거나,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우선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대통령 시정 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는 여야 의원들이 방해 발언을 하지 않기로도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여야의 물리적 충돌은 사라졌지만 회의장 내부에서 고성과 야유, 팻말 부착 등은 수시로 등장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입법부를 주도하는 야권과 행정권력을 앞세운 여권의 불통이 이어졌고 여야의 강경대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쟁을 유발하는 모습에 대한 국민적인 지탄과 피로감 등을 고려해 여야 원내지도부가 회의장 질서 유지 수준의 합의점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 원내대표의 구두합의로 조성된 화해무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달 3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식 후 당무에 복귀한 후 첫 회의에서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직격했다. 내년 정부예산안의 전면 재검토도 요구했다. 또 내년 총선은 여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26일 국감 대책회의에서 지방재정 악화 등을 주장하며 정부의 전향적 태도전환을 촉구했다. 제1야당의 대여권 전략은 오히려 기존 강경노선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 내년 예산안의 변화가 없다면 시정연설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윤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은 민주당 의원들이 보이콧하면서 반쪽연설로 진행됐다. 이번에도 정부여당이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 예산 확충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예산안을 고집할 경우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여기에 여야가 각을 세우고 있는 쟁점법안 처리도 구두합의를 위협하는 요소다. 민주당은 11월 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24일 "내달 9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쟁의 행위를 상대로 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 배상 소송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노란봉투법과 KBS·MBC·EBS 등 공영 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 3법은 지난 5월과 3월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설 계획인데,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79명) 찬성으로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의결시한을 한참 넘긴 선거제 협상도 여야의 갈등지수를 높일 요소로 꼽힌다. 여야 원내대표는 최근 회동에서 12월12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 이전까지 선거제 개편 및 선거구 획정을 모두 마치는 것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비율 △선거구 합구 또는 분구 등 지역구 조정 △지역 선거구수 및 시·도별 의원 정수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에 합의해 11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장관 추가 탄핵 움직임도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산하 검사범죄대응TF는 최근 추가 검사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대상으로 지목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10월 국정감사 이후 판단하겠다"며 미뤘는데 실제 논의가 진행될 경우 여야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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