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새 형제국가들과 통큰 방산협력, 통큰 금융지원
윤석열정부가 내세우는 최대 업적 중 하나는 대량의 K-방산 수출이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초부터 현무미사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L-SAM) 등 비닉무기를 대대적으로 공개해왔다. 문재인정부에서 기술개발과 실전배치까지 마친 상태에서 군사보안을 유지했는데, 윤석열정부는 전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부정하면서도 군사기술개발 관련해서는 전임 정부의 업적을 공개하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는 폴란드와의 방산협상 끝에 계약을 차기 정부로 미루었고 윤석열정부는 곧바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방산계약을 놓고 문재인정부는 심사숙고했는데 윤석열정부는 결단을 한 것이다.
필자가 수차례 폴란드를 방문했는데, 폴란드인들은 방산협력을 추켜세우며 우리를 새로운 형제국가라며 환영했다. 폴란드에도 이미 약 17조원 규모의 흑표전차(K-1), 자주포(K-9), 경공격기(FA-50)의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고 일부는 납품이 되었다. 심지어 독일주둔 미군항구를 경유해 최소 30여만발의 155mm 포탄 등이 대규모 반출되기도 했다. 향후 전차탄 기관총탄 등도 반출될 예정이다.
빌려준 방산자금 받을 수 있는지 우려
폴란드의 경제력을 넘는 무기수입에 대해 궁금증이 일 것이다. 무기,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발주하는 국가는 입찰 당사국, 특히 후발주자에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높은 수익이 나는 만큼 높은 위험이 따르는 차관금융제공 방식이지만 무기를 판매하고자 하는 후발 수출국가는 어느 정도 모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10월 폴란드총선에서 한국과 방산협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친유럽 성향의 야권연대가 승리하면서 사업 재검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6일 국방부가 시중 5대 은행을 소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책은행을 넘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까지도 폴란드에 최소 20조원이 넘는 신용을 제공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0월 7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100만명이 관람한 국제불꽃축제가 있었다. 필자도 직접 구경했다. 거의 매년 참석하던 일본은 불참했고 그 빈자리를 폴란드의 불꽃이 채우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행사가 30분 이상 중단되었다가 결국 폴란드 불꽃발사는 실패했다.
필자 주변의 많은 이들은 불꽃발사 같은 쉬운 기술의 약속도 못 지키는 폴란드가 방산자금을 나중에 갚겠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가라며 비아냥거렸다. 폴란드가 몇년에 걸쳐서 원금과 이자를 갚을지, 우리 국책은행이 어느 정도 이자로 특혜를 주는지 설명이 없다는 비판도 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 3조원이 넘는 지원을 약속한 것에 대한 비판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의 통큰 대일 양보외교, 통큰 차관 문제가 불꽃축제현장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대 최대의 무역적자 상황에서 국민들이 폴란드의 재정상태를 민감하게 보고 있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윤석열정부는 우리가 다른 국가들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동맹과 가치, 이념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나토 국가들도 자국의 포탄 비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고, 우리보다 우수한 자주포와 탱크를 생산하는 국가도 대규모 금융지원과 군사기술 제공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첨단군사과학기술 수출은 안보측면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희생의 결과이며 미래세대의 먹거리인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동맹 미국이 우리에게 수출한 첨단 전투기에 대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지만 이를 못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폴란드 대통령 방한이 늦어지는 이유
올해 창원의 방산업체를 방문하기로 한 안제이 폴란드 대통령의 방한이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복잡한 역사를 가진 폴란드는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통큰 첨단무기기술과 생산설비만 제공한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형제국을 찾을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 폴란드 대통령은 방한을 늦추며 무슨 청구서를 더 만들고 있을까?
만약 전임 정부가 국정업적을 하나라도 더 늘리겠다며 폴란드와 성급한 방산계약을 했다면 졸속계약, 금융을 통한 무상지원, 첨단기술 유출 논란이 일지 않았을까. 나아가 전략물자 수출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