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완결 의료혁신

지방 국립의대 우선 증원 … "수도권 먹튀 막아야"

2023-11-07 11:30:04 게재

필수의료·지방 의사, 선발-교육-배치 일관된 정책 추진 필요 … "대학별 나눠먹기식 아닌 지역완결의료 접근해야"

응급의료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분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관리 필요성 등 한국의 의료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정부는 최근 지역완결의료혁신 전략과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의사인력 확대를 문제 해결을 위한 시발점으로 인식하고 전국의대 수요 등을 조사해 11월 중에는 공개하고 이어 각계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증원 확대를 정할 예정이다.
관련해서 지역주민의 의료 이용 불편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지역완결의료혁신 방향에 걸맞는, 그리고 만들어질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접근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위급상황 대비 구급차 점검│10월 30일 광주 북구보건소 긴급차량 주차장에서 보건행정과 의약관리팀 직원들이 위급상황 시 대응할 수 있도록 응급차량의 구급약품과 장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광주북구제공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각 의과대학의 증원 수요를 조사하고 대학의 교육 역량을 점검 중이다. 해당 조사결과 기반으로 의료현안협의체(의료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료이용자 포함) 등 논의를 통해 의대증원 수를 정하고 의료사고 부담완화, 수가보상, 근무여건 개선 등을 병행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관련해서 지역완결의료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의사 확보가 전제된 의대증원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국립대의대 위주로 우선 증원하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와 연동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7일 주진형 전 강원대병원장(정신건강학과 교수)은 "의대 정원 확대를 국립대 위주로 늘려야한다. 의대 졸업생의 지방에 머무는 비율을 확인해 그 비율이 높은 사립의대의 경우 부분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백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지역의료기관간 협력이 가능하다"며 "지역완결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재정과 행정분권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없어질까│정부가 지방국립대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한 10월 19일 대구 경북대병원 응급실 앞 모습. 연합뉴스

◆의대증원, 지방·필수의료 늘리기와 연동해야 = 보건복지부는 의대증원 결정과 관련해 "대학에 증원 여력이 있는 경우 2025년학년도 정원에 우선 고려하고 증원 수요는 있으나 추가적인 교육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의대신설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런 추진계획은 지역완결의료혁신을 위한 전제인 '지역의사 확보'와 일치되지 않는다. 관련해서 주 교수는 "의대 졸업생 대부분이 수도권의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고 그후 수도권에서 의사 생활을 하게 하는 지방사립대의 경우 의대증원을 해주면 안된다"고 말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지방의료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배출을 위한 선발방법이 중요하다.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국립대의 경우 최소 50%에서 66%까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증원되는 수는 모두 지역인재전형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의대 입시에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 출신, 사회취약계층 출신 전형 수도 늘려야 한다. 고교생활 때부터 지방의료와 필수의료에 종사 의지가 투철한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필요의료인력 추계 후 국립대 위주로 확대하되 확대된 정원의 비율을 지역의사제로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국립대의대 정원으로 채운 이후 비수도권 작은 사립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그후에도 못채운다면 비수도권 모든 사립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되 사립의대도 국립대와 동일한 비율의 지역의사제 트랙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의대정원 대학별 확정이 과거처럼 나눠먹기식으로 되면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지역완결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거점국립대만 인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도입에 의한 의무복무 기간에 대해 정 교수는 9년 정도, 정 위원장은 10년 이상을 제시했다.

◆당장의 필수의료-지방의사 확보도 노력해야 = 의대 증원으로 의사인력 확보 효과를 볼려면 10년 이상 기간이 지나야 한다. 때문에 당장 필수의료분야와 지방 의사 부족문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당장 필수의료분야와 지방의사 확보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역에 규모있는 공공의료기관을 신설하고 내실화하거나 증축할 필요가 있다. 응급 분만 외상 등 분야에 대해 설립인력기준을 만들어 운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국립대병원의 교원을 획기적으로 증원해 현행 임상교수제와 연계된 순환근무제 등을 구축하고 국립대병원을 권역거점으로 삼아 지역거점의료기관과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기획조정실장(내과 교수)는 "필수의료 수가를 각 진료과의 응급 중증의료 부분에 수가를 대폭 올리고 지역 가산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시기에 지방의 의료 취약지역에 전문의를 보내는 방법으로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들의 참여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 교수는 "지방 국립대병원에 전공의 배정을 확대하는 인센티브도 필요하고 전공의를 선발할 때 지방 근무에 대한 의지도 확인하고 수련과정에서도 의료 취약지 근무 경험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필수의료과에 근무하는 전공의에게 수당 외 수련 중 근무시간 조정, 각종 임상경험 확대, 해외학회 참석 보장 등 파격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필수의료와 지방의사 확보를 위한 직접적인 인력운영이나 수가개선 외 장치 마련도 제시된다. 정 교수는 "수도권 지역병원 병상 증설을 억제, 수도권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조정, 필수의료 및 취약지역 임상실습 강화, 실손보험과 연계된 비급여 관리, 지역 단위 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과 운영"등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지역완결의료체계도 비급여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며 "급여 진료 내에서 진료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료인력 수요 파악 행정지원 필요 =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중심 지역완결의료체계 구축 계획이 실질적으로 실현되기 위해 어떤 환경이 갖춰져야 할까?

국공립의료기관부터 의사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배치하는 행정지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개별 의료기관의 병원장들이 각자도생식으로 필요 인력을 민간이 만든 인터넷 플랫폼과 개인 인맥 등을 통해 구한다. 주 교수는 "보건복지부 차관과 국립대병원장들로 구성된 '지방의료인력 확충 위원회(가칭)'을 만들어 컨트롤타워(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 단위의 국공립의료기관을 지역완결형의료체계 틀 안에 묶을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를들면 강원도에 국공립병원으로 국립대병원 1개, 도립의료원 5개, 보건의료원 2개, 보건소 18개, 군립의료원 1개 그리고 근로복지공단병원 국립춘천병원 도·시립요양병원 등이 있다. 그런데 연계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주 교수는 "지방국립대병원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예산과 행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취약 지역인 강원도 영동남부지역, 경북북부지역, 전남지역 등 지방국립대병원 분원을 건립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후발 국립대병원 지원 보완해야 = 지역완결형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후발 국립대병원이 불리한 구조도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수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이 1995년 이전에 병원을 새로 지을 경우 정부가 100% 비용을 냈으나 1995년 이후 정부보조금이 75%으로 줄었다. 2006년부터 50%로 줄어들었고 지금은 전체의 25%만 지원한다. 교육부 출연금 25%를 제외한 나머지 75%는 국립대병원이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한 교수는 "후발 국립대병원은 병원 건물이나 분원을 짓는데 부담이 어마어마하다. 지역 균형발전에 완전히 역행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방의대의 '수도권으로의 먹튀' 현상도 문제다. 지방에 의대를 설립했으나 수도권에 수련병원 등을 크게 지어 운영한다. 창원의 성균관대의대는 삼성서울병원을, 포천중문의대(차의과학대)는 성남 분당과 서울강남에 병원을, 경주 동국대의대는 일산병원을, 부산 인제의대는 서울상계와 일산에 백병원을, 춘천 한림의대는 서울에 한강-강남, 동탄 성심병원 등을 운영한다. 현재 지방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교수는 "수도권으로 먹튀가 불가능한 지방국립대만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강화도 지역완결의료체계 구축에 포함 = 지역사회 만성질환관리, 의료돌봄통합지원서비스에서의 방문진료 활성화 등에 필요한 일차의료분야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계획하는 '확대 대상 의사 수'에 고려 혹은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주 교수는 "초고령화를 대비해 방문진료는 강화돼야 한다. 당연히 확대 대상 수에도 포함해야 한다. 개원의 중심으로 방문진료가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의사도 참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일차의료체계가 붕괴된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전문의 쏠림에 있다. 전문의는 병원에서 지역의사는 의원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치의제도나 환자등록제를 조속히 시행해서 신규 의사들이 굳이 전문의가 되지 않고 지역의사로서 일차의료현장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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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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