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수능시험 뒤 전면파업할 수도
서울교통공사 노사 입장차 커 … "재정위기 2212명 감축"이냐 "노동자에 책임 전가, 시민안전 무시"냐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역)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9일부터 이틀간 경고파업에 들어갔다. 수능시험 이후 전면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통합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8일 오후 3시부터 성동구 공사 본사에서 만나 인력감축안 등을 두고 막판 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9시 10분쯤 교섭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통합노조가 경고 파업 직전에 불참을 전격 선언하면서 파업 참여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공사노조가 1만1000여명, 통합노조가 2000여명이다. 제3노조인 이른바 MZ세대 중심의 올바른노조는 애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사노조는 "단체교섭 결렬의 주 원인은 공사측이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를 끝내 거두지 않고, 노조 측이 제안한 정년퇴직 인력 채용마저도 거부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인력감축이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공사 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공사는 '코로나 재정 위기'를 이유로 지난해 1539명 인력감축을 제시했다. 또한 올해 10월 7일에는 요금을 150원 인상하면서 인력감축 규모를 700여명 늘려 2026년까지 2212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공사 전체 정원의 13.5%에 달한다.
공사노조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지하철 어디도 '코로나 재정위기' '요금인상'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감축을 하지 않았다"면서 "공사측의 경영혁신안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하철 안전위협 사례 증가와 중대시민재해 예방 필요성 등을 이유로 안전인력 확충을 위해 인력감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가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내몰아 정책신뢰도를 깼다고 비판한다.
2021년 9월 13일 노사간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특별합의와 지난해 11월 30일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손근호 서울교통공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시와 공사는 교섭 중에 인력감축을 기정사실로 하고 하반기 신규채용을 거부해 정규직 청년 채용만 400여명 줄였다"면서 "서울시와 공사가 합의를 번복하고 약속을 무너뜨리며 인력감축만을 되풀이하는 것을 노동자들은 수용할 수도 없고 묵과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부터 전면파업을 예고했던 노조는 이틀간 '경고파업'으로 입장을 선회해 9일 주간근무(오전 9시)부터 10일 야간근무(오후 6시) 전까지 파업에 들어간다.
공사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와 사측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경고파업에 돌입한다"면서 "16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어서 특별수송 기간이니 시민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그 이후에도 공사 측에 변화가 없다면 2차 전면파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법과 규정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파업참여자는 전원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공사 손실 발생 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불법파업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백 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공사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의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의 일방적인 결렬선언으로 파업은 불가피했다.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민 불편에 대해 죄송하다"며 "노조 측에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상을 잘 마무리 함으로써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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