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달렸다

2023-11-10 10:51:23 게재

노동계 '환영', 경영계 '반발'

고용부 "헌법상 책임 다할 것"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동계는 환영했지만 정부와 재개는 현장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법안에 반대해온 고용노동부가 "헌법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거부권 건의를 시사한 가운데 노동계는 개정안의 즉각 공포를, 경영계는 거부권 건의와 재검토를 촉구했다.

10일 고용부와 국회에 따르면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사용자를 원청기업 등으로 확대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 소송을 막는다는 취지다.

양대노총은 9일 일제히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단계 원·하청관계에서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하지 않게 됐다"며 "진짜 사장이 교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의행위와 노사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3년 고 배달호 노동자와 고 김주익 노동자가 손해배상·가압류에 맞서 자결한지 20년 만에 노조법이 개정됐다.

또한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과정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 구조물에 들어가 안에서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였다.

51일 파업이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끝났지만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하청지회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배소송을 청구하면서 '노란봉투법'을 소환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은 2014년 쌍용차 파업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도우려고 시민단체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나왔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20년은 원청과 교섭할 수 없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소송을 해야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고 투쟁 이후 손배·가압류 압박 속에 삶을 등지는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서로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밝했다.

하청지회도 성명을 내고 "지난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며 법 개정의 밑불이 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거부권 행사는 명백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거부권 행사 요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며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이정식 장관도 법 통과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이 시행되면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폭력적인 파업이 공공연해질 우려가 있다"며 "불법행위는 책임을 면제받게 되고 그 결과 산업현장이 초토화돼 일자리는 사라지고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말 것"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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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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