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동관·손준성·이정섭 탄핵' 내달 1일 통과 추진
'철회 후 30일 재발의' 예상
94년 해임건의안 철회 사례
"일사부재의에 해당 안 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계획 철회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일정이 20여일 늦춰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조만간 철회한 후 이달 30일로 계획돼 있는 본회의에 보고한 후 12월 1일에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동관 탄핵안은 폐기되기 전에 철회한 후에 재발의해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달 말에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애초 '이동관 탄핵소추안'을 전날 국회에 보고하고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이후 이어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당이 계획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제한 토론)를 포기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곧바로 본회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탄핵안 표결이 불가능해졌다.
여당은 필리버스터 포기가 '이동관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시키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까지 (계획)해놨다가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자신들이 해야될 일까지 내팽개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이 본 속셈이라는 것을 그대로 노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 중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의원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원들이 일정내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법안 통과를 막지도 못하면서 4개의 법안에 대해 60명이 1인당 3시간씩 릴레이 필리버스터를 해야 하고 20~30명은 본회의장에 앉아있어야 하는데다 4일 동안 표결할 때마다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나와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동관 탄핵'을 차단하고서는 민주당의 '철회 후 재발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탄핵 안건은 상정되는 순간 법적 효력이 발생해 그때부터 72시간이 지나면 부결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서 법적 효력을 중단시키려면 당연히 동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일방적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철회 불가'와 '일사부재의 원칙'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것은 '상정'된 게 아니므로 철회해도 내용 그대로 다시 발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 90조 (의안·동의의 철회)에서는 "의원은 그가 발의한 의안 또는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 등 의안을 제출한 의원에게 철회권도 있다는 얘기다.
또 이동관 탄핵안은 '의제'되지 않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용어해설에 따르면 '의제'는 "의결여부와 상관없이 당일 회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된 안건의 제목"이다. 따라서 의제가 됐다는 것은 토론에 부쳐진 경우에 해당된다. 설령 '의제 되었다'하더라도 철회를 위해서는 '여야의 동의'가 아니라 '본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1994년 7월 8일 강수림 의원 등 108명이 발의한 이병태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은 9일 보고된 후 당일 철회됐다.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역시 발의한 후 처음 개의한 본회의에 보고하고 보고된 때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폐기된다. 탄핵소추안과 해임건의안 처리 절차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이동관 탄핵안' 철회는 규정상 문제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또 '철회'의 경우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는 국회법 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에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미 여야 합의로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이달 30일과 다음달 1일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30일에 보고하면 24시간이 지난 다음달 1일에 표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과 함께 보고된 '고발 사주' 의혹이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탄핵소추안도 철회 후 재발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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