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앞세운 정치, '극단적 대치'만 남았다

2023-11-10 11:10:54 게재

대통령-거야, 적극 지지층 겨냥해 일방통행

민주당은 입법강행, 대통령 '묻지마 거부권'

여야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의 협상과 소통이 사라진 여의도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더욱 강도 놓은 '극단적 대치' 국면으로 들어갔다. 168석의 거대야당은 수적 우위를 활용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여당과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당연하다는 듯 기정사실처럼 공개 언급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려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에 대해 여당은 '신의 한 수'인 것처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포기'라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대화와 타협의 자리에 불신과 반목이 채워진 결과다.

10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 주도의 4개 법안 통과와 관련해 "민주당의 오만한 힘 자랑은 상식의 범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철회를 꼼수라고 비판하지만, 꼼수를 쓴 쪽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필리버스터를 황급히 철회하는 꼼수로 탄핵안 처리를 방해했다"며 "정부·여당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반대만 일삼는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다 법이 통과되니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적극 지지층'만 바라보는 이러한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양상은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다음달에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 등 쌍특검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다.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동완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민주당은 앞으로도 검사 탄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탄핵 입법 특검 강행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과 같이 양날의 칼이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추진했지만 헌재에서 5개월여 만에 기각돼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안건조정위 무력화' 비판을 무릅쓰고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을 활용해 양곡관리법, 간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지만 대통령 거부권으로 농민과 간호사들의 민생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의 거부권 일상화 역시 '여소야대'의 마지막 보루로 활용될 수 있지만 '묻지마 거부권'은 입법부 무시로 비쳐질 수 있고 이는 3권 분립이라는 헌법적 체계와 가치를 외면하는 독단적 행위로 비쳐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 이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여야 또는 야당과의 소통의 물꼬를 틔워줘야 했다"며 "이것이 현재 문제의 본질이고 핵심인데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곁가지만 바꾸려고 하니 해결이 되지 않고 대치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정국 해빙의 해법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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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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