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위험 11만2천가구 추산

2023-11-14 11:18:12 게재

평균 7000여만원 돌려줘야 … 아파트 매매 매물 누적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한동안 이어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매물이 쌓이고 청약 시장 열기가 떨어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정 국면 초입'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역전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깡통전세 증가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역전세와 깡통전세 증가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서울의 한 아파트인근 부동산 모습.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지난 9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신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가 65만4000호(59.4%)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깡통전세 위험가구는 11만2000가구(10.9%)로 추산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기준 잔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을 52.4%,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을 8.3%로 추산한 것과 비교해도 증가한 것이다.

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인천(63.8%)이었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66.8%) 비중이 높았다.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비수도권(14.6%)과 오피스텔(25.3%)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역전세 위험가구의 역전세 차액(전세보증금과 전세시세 간 격차)은 평균 7319만원으로 전세보증금의 19.5% 수준이었다. 또 깡통전세 위험가구의 깡통전세 차액(전세보증금과 매매시세 간 격차)은 평균 2345만원, 매매시세의 11.2%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할 위험성이 있는 가구가 전국 기준 최대 49만 가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보증금 반환 지연 및 미반환 구조 이해와 임차인 불안 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이 있는 임대인의 48.3%가 보증금보다 저축액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의 대출 여력을 고려하더라도 14.6%~29.6%의 임대인은 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지난 상반기 종료한 계약을 기준으로 계약상 보증금이 전세시세보다 높은 '역전세'는 55%, 보증금이 매매시세보다 높은 '깡통전세'는 5.1%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세가구 중 약 8.1%만이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고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계약 중 최우선변제금 상한 기준 이하인 경우는 0.07%에 불과했다.

단순 수치로만 따져도 보증금 반환 지연 위험 가구는 24만1000~49만2000만 가구, 보증금 미반환 위험 가구는 2만~4만2000가구로 추정됐다.

또한 자금조달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근 연 3.68~6.8%로 7%대에 육박했다. 여기에 최근 당정이 가계부채 조이기를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더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 감소 =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지난 6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에서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셋째 주 이후 17주째 상승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상승 폭 자체는 지난달 셋째 주 이후 3주 연속 줄었다.

서울의 경우 0.05% 상승했지만,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특히 강남구가 29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으며, 강북(-0.01%), 노원(-0.01%)은 하락했다. 경기도(0.05%)도 전주(0.08%)보다 상승 폭이 줄었고, 인천(-0.02%)이 상승세를 멈추고 27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를 위주로 일부 상승 거래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나, 매도·매수인간 거래 희망 가격 격차로 인해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 가격 하락의 가능성을 높이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일 매물 8만가구 넘기도 =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 자료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622건으로 한 달 전(7만4849건)보다 5.0% 증가했다. 지난 3일에는 매물이 8만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한 달 전에 비해 매물이 늘어난 곳이 25개 자치구 중 24곳에 달했다. 강북구만이 1289건에서 1267건으로 1.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7339건)과 비교하면 39% 증가한 것?? 아실이 2020년 11월 1일 이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다.

전국적으로도 누적 매물은 14만1600건으로 지난해 13만4207건에 비해 5.4%, 12만8539건이었던 2021년에 비교하면 10.1% 증가했다.

이런 상황은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하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자료)는 17%가량 상승했다.

매수자들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실제로 아파트 거래량도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3000건 이상 유지하다 10월 1309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6월 3845건과 비교하면 65% 줄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최근 몇달 동안 급매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더니 이제는 그 마저도 없다"면서 "상가내 부동산 상당수가 보증내기도 버거워 문을 닫고 있어 나도 고민이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이사기류가 감지된다. 올 하반기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6.8대 1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도 1순위 경쟁률이 8.1대 1 수준에 그쳐 '청약 불패'로 여겨지던 서울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앞서 한국건설연구원은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해 4분기 보합세에 이어 내년 하락 반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 비해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 고금리 장기화 우려, 대출 경직성 등으로 내년에는 현재 수준의 거래량이 지속되기 어려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2024년에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 대출 태도의 경직성이 강화되고, 고금리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금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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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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