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은 착시, 역전세에 빚내는 집주인 늘어

2023-11-14 11:17:01 게재

전세자금 반환대출 14% 증가 … 보증사고 폭증

매매 시장 부진 겹쳐 '깡통전세' 급증 우려 커져

연초 대비 전세 가격이 상승했지만 역전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되려 전세난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착시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은 전세계약을 한 2년 전과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내일신문이 전세값 상승의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대표 단지의 전세가격(전용 84㎡ 기준) 시세를 분석한 결과 역전세는 진행 중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월 6일 잠실 리센치의 전세 시세는 12억7000만원에서 14억5000만원 사이에서 형성됐다. 반면 지난 11월 8일 이 아파트 전세값은 10억4000만원부터 12억3000만원 사이였다. 반포자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021년 16억원~19억원이던 전세 시세가 올해는 12억~14억원을 기록해 역전세 상황이 계속됐다. 2021년 10억2000만원~11억4000만원에서 형성됐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세 시세는 올해 8억2000만원~9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특별한 상황을 사례로 들어 전체 시장의 흐름을 호도해서는 안된다"며 "많은 데이터들은 여전히 역전세 상황이고, 깡통전세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보증 사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발생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3조1245억원(1만390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사고 금액 1조1726억원(5443건)과 비교해도 세배 가까이 폭증했다.

문제는 전세값 최고점이던 2021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상반기 사이 계약한 주택들의 계약 종료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와는 별개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주택담보대출에 허덕이면서 또 빚을 내 보증금 차액을 지급하는 집주인도 증가했다. 올들어 9월까지 은행권 전세자금 반환대출은 2만3000건에 5조600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3% 증가한 것이다.

자칫 전세를 안고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2030 영끌족'들의 집단 파산 우려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는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이번 정부뿐 아니라 전 정부에서 도입한 부동산 정책에 허점이 있었고 여기에 실패한 대책이 복합돼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했다"며 "전세사기·깡통전세를 사회적재난으로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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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김선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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