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접수 전세사기 피해 1만건 넘어

2023-11-14 11:18:12 게재

정부 단속 강화 … "범죄추적팀 편성"

피해자대책위 "지원 사각지대 보완"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 단속에도 전세사기 피해는 진행형이다. 최근 수원·대전 등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범정부 특별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피해자 단체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지방자치단체가 접수한 전세사기 피해는 1212건이다. 피해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난 6월(4173건) 이후 누적 접수는 총 1만543건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지자체가 접수한 전세사기 피해는 자체 조사를 거쳐 국토부 산하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지난 9월까지 피해자로 확정된 6063건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비중이 66.4%에 달했다. 또 다세대주택(32.2%)오피스텔(26.2%) 다가구주택(11.3%) 등 비아파트가 전체의 약 70%(69.7%)를 차지했다. 특히 임차 보증금은 2억원 이하가 80%를 차지했다. 즉, 사회 초년생이나 경제적 약자들의 소액 보증금이 전세사기의 집중 표적이라는 분석이다.

전세사기 피해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토교통부 법무부 경찰청은 최근 합동브리핑을 열고 연말 종료할 예정이던 '범정부 전국 전세사기 특별단속'이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을 신속히 하는 등 지원 방안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전세사기 관련 혐의로 1765건, 5568명을 검거하고 481명을 구속했다. 경찰이 전세사기 사건에서 몰수·추징해 보전한 금액도 1163억5000만원(법원 인용 결정문 기준)에 달한다. 직전 같은 기간 5억5000만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211배 증가한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세사기 범죄가 "국가적 현안"이라면서 "범죄 첩보 수집을 대폭 강화해 전세사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범죄수익 추적 전담팀을 편성해 피땀 흘려 모은 서민들의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전국 시·도청에 전세사기 범죄수익추적 전담팀을 편성한다.

국토부는 신축 빌라 시세 등 계약 때 유의해야 할 정보를 안심전세앱을 통해 사전에 제공하고,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책임도 대폭 강화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긴급 경·공매 유예, 저리 대출, 긴급 거처 등 총 2662건의 주거 안정 방안도 지원했다.

법무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개정(의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개별 피해 금액이 5억원을 넘어야 가중 처벌 대상인데, 법이 개정되면 피해자가 다수인 재산범죄는 전체 피해 금액 합산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선 다가구주택의 경우 지난 6월 시행된 특별법의 주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대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는 정부 브리핑 이후 논평을 내고 "이미 진행 중인 수사·재판 중인 상황을 정리하거나 이미 시행 중인 지원대책의 현황을 종합한 것에 불과해 '속 빈 강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임대인의 기망'을 입증하기 어렵거나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아 특별법 피해자로 신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며 "사각지대가 너무나도 커서 피해자의 약 17%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정부 지원대책에 대한 보완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약 1163억원을 몰수·추징 보전했다고 하지만 범죄수익들은 이미 표면에 드러난 재산이고 이미 선순위 금융기관 등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면서 "실제 피해자들에게 돌아오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지금 당장 피해자들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에서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이나 선순위 금융기관 채권을 매입, 피해자들에게 일부라도 보증금을 돌려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 정부가 경공매나 범죄수익 환수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는 '선채권매입 후구상권'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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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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