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전세문제 사회적재난, 피해회복 안 돼 답답"

2023-11-14 11:18:13 게재

"한 푼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많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이 5월 제정됐지만 실질적인 피해회복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심정입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내일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됐지만 피해회복에는 진척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은 특별하지 않은 누더기법"이라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가 뭔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해자들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정부는 피해자 잘못으로만 문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번 정부뿐 아니라 전 정부에서 도입한 부동산 정책에 허점이 있었고 여기에 실패한 대책이 복합돼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사기·깡통전세를 사회적재난으로 인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사인간 거래애서 일어난 범죄'라는 관점으로만 보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의지'가 빠져 실효성이 낮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이기도 한 안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건축왕' 남 모씨 재판이 끝난 시간에 인천지방법원에서 이뤄졌다. 남씨는 여전히 "부동산 시세가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는 지난 5월 기준 2500여세대가 2000억원 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금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는 어떻게 발생했다고 생각하나

전세대출에서 심사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너무 부실했다는 게 드러났다. 문제가 발생해도 임차인에게 받으면 된다는 판단에 심사를 날림으로 했고 임대인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전세보증금제도의 보증도 너무 남발됐다. 뻥튀기된 시세에 보증을 해준 거다. 임대사업자제도도 임대인에게 행정적, 세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줬지만 관리·감독이 안 됐다. 때문에 이 제도를 짰던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책임의 주체인 정부나 은행이 피해자들을 선구제하고 사기꾼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은 강구하라는 것이다.

■피해자 대책은 어떤 게 문제인가

특별법에는 전세사기 책임 주체의 '책임의지'가 빠졌다. 전세사기를 사인간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그러니 대책의 결론이 (피해자들이) 빚내서 기존의 빚을 돌려막거나, 피해 주택을 매입하라는 식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이미 추가적인 대출을 받은 여력이 없다.

까다로운 피해자 인정요건과 각 지원 대책에서 요구하는 추가요건도 문제다. 특별법은 경매·공매를 중지시켜 준다고 했지만 여전히 공매는 진행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은 무엇을 요구하나

먼저 정부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문제가 됐던 악성 임대인들 건이라도 먼저 피해 주택 규모 등 세세히 조사해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짜야 한다. 이게 없다 보니 오죽하면 피해자들이 나서서 조사하고 발표까지 했겠나. 그리고 피해를 제일 잘 아는 피해자들, 대책위와 만나 머리를 맞대고 막혀 있는 부분을 뚫을 방법을 찾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만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응답조차 없다.

■최우선변제금 등 선구제를 말하고 있는데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경우 세입자 네 분이 목숨을 잃었다. 보증금 기준인 8000만원이 넘는다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30%나 된다. 피해자들이 문제를 개별적으로 몇 년에 걸쳐 해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국가에서 피해자들 보증금채권을 매입하고 이것을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하게 하거나, 주택을 평가해 그것을 회수하면 세금 지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특별법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창구마다 설명도 달라 담당자들도 피곤하고 우리도 너무 힘들다. 전담 창구를 만들어 특별법상 대책을 피해자들이 이용하는데 불편 없도록 해줘야 한다.

■부처의 인식도 문제라고 했는데

부처 관계자들은 피해자들이 부동산을 잘 몰라서,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 위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무지해서 사기를 당했다는 걸 전제로 말들을 하고 있다. 제도적 결함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오히려 피해자들은 비난하는 사회 일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방송에 나오는 정부 광고를 보고 전세문제가 해결된 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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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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