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영남공천의 교훈 … "컷오프보다 중요한 건 새 얼굴"
여당, 2020년 영남 절반 교체 … 인요한 혁신위도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
2020년 물갈이 호평 받았지만, 영남 초선들 "의정활동 부실" 비판 '역풍'
여 "4년 전과 달라, 국정경험 쌓은 인재 많아" … "능력 엄격히 심사해야"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텃밭인 영남권을 상대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현역의원 절반 이상이 불출마하거나 컷오프됐다. '쇄신 공천'이라 평가할만 했다.
문제는 물갈이 된 빈 자리를 누가 채웠는가이다. 현재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 56명 가운데 절반인 28명이 초선이다. 여권내에서도 "영남권 상당수 초선의 의정활동이 부실하다"고 아쉬워한다. 일부 초선은 "비만 고양이" "윤핵관 하수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2020년 영남권 공천은 "컷오프보다 더 중요한 건 능력 있는 새 얼굴을 찾아 공천하는 것"이란 교훈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영남권 중진의원들과 지도부, 윤핵관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압박 대상들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여론을 업은 혁신위의 압박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만의 하나 혁신위의 압박을 버텨낸다고 해도 훗날 공천관리위원회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영남권 물갈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영남권 물갈이는 유권자들에게 '당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당시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관위는 영남권 물갈이를 감행했다. 김 공관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선포해 의원들을 압박했다. 절반 넘는 영남의원들이 백기를 들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컷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때까지만해도 김형오 공관위는 "쇄신에 성공했다"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김형오 공관위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싸늘한 편이다. 영남권 물갈이 뒤에 빈 자리를 채운 새 얼굴 상당수가 "의정활동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의 경우 초선의원 8명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의원이나 국회 보좌진 출신이다. 지역민심을 중심에 둔 공천을 했다지만 훗날 "중량감이 부족하다"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초선의원은 불미스런 일로 탈당까지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대구 초선의원들을 겨냥해 "나경원 축출 연판장에 서명한 분들이 말씀이 많으시면 공개적으로 한 명씩 거명하면서 싸가지론으로 붙겠다" "비만 고양이가 돼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24년 영남권 공천을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컷오프보다 더 중요한 건 능력 있는 새 얼굴을 찾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주류에서는 "2020년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낙관론을 편다. 2020년에는 판세가 불리한 야당이었기 때문에 인재들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는 것. 당선도 불확실할 뿐더러, 만의 하나 낙선할 경우 낙하산 인사를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인재들이 공천을 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여당이기 때문에 '천하의 인재'를 모으기가 쉽다는 기대다.
여권 관계자는 13일 "2020년에는 탄핵 직후인데다 야당이었기 때문에 인재를 발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내각과 대통령실에서 국정 경험을 쌓았거나 각계각층에서 전문성을 발휘한 인재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정권 내각·대통령실 출신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 중인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윤석열정권 출신 장차관과 수석, 비서관 등 '윤석열 사람' 30∼40명이 출마태세다. 법조계와 학계, 재계, 언론계 등에서 '친윤'으로 분류되는 전문가그룹도 연상된다.
문제는 이들 '윤석열 사람' '친윤 전문가그룹'이 21대 총선에서 발탁된 영남권 초선의원들보다 자질에서 비교 우위를 보일 수 있는지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프로필에 적힌 직함이야 무게감이 더 있을지 모르지만, 자질이 우위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공천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해서 낙하산 공천을 막고, 진짜 능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야 2020년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