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교육학 이론으로 다시 보는 교육 이슈
맞춤형 교육,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하나
최근 교육부는 교육혁신관련 계획들을 발표하면서 교육현장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주목하고 이에 맞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습자 중심 수업,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촉진, 디지털 역량 강화라는 과업들을 소개했다. 이러한 과업들을 달성하기 위해 거론되는 주요 개념 중 하나가 맞춤형 교육이다. 맞춤형 교육은 개별 학습자의 학습요구, 선호도, 흥미도를 고려해 학습목표, 내용, 전략, 속도를 달리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맞춤형 교육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오래전에 등장했으나 최근 학습 관련 빅데이터 활용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학습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 수집하고 활용해 학습자와 학습 과정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 등 에듀테크 활용을 통한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가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맞춤형 교육 잘 이뤄지고 있나?
우리는 현시대를 지능정보사회로 명명한다. 산업·사회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정적인 지식 습득보다 유연한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지식습득과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이 중요하다. 더 이상 주어진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만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자리 잡기 어렵다. 우리 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학생 개인의 다양한 학습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개인 학습자가 처한 상황과 필요한 교육적 처방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을 통한 교육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맞춤형 교육은 현장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재상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획일화된 학교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진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많은 국가들이 국가주도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으며 학생 개인의 다양한 개인적 특성, 학습 요구, 진로 목표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은 아직 요원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은 거시적 교육과정을 통해 제공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개별 학생들이 맞춤화된 평가와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이 부분적으로 작동될 수 있다. 고교 학점제, 비교과 활동 다양화 등 학생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현실을 반영한 최적의 맞춤형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에듀테크시대의 맞춤형 교육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교육의 확대로 인해 다양한 교육적 맥락에서 에듀테크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 체제의 총체적 운영을 촉진하는 테크놀로지 집합으로 볼 수 있다. 활용하는 테크놀로지의 조합에 따라 수업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테크놀로지 활용 여부 자체 보다 에듀테크 활용 전략과 학습자 중심 수업 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수행되어 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 왜 에듀테크가 주목받고 있을까? 그것은 에듀테크를 통해 교육 주체들간 상호작용이 보다 다양하고 견고하게 이루어지며 이때 발생하는 데이터가 근거 기반의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수업이라는 활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졌으나 최근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보다 다양한 학습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 모든 과정을 개별 교사가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 나아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이외에도 온라인 수업이나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등 학습자의 자율적 학습 활동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교수·학습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지능형 시스템이 필요하다. AI구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학습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 평가해 학습자를 다각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들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AI기반 학습관리 시스템, AI튜터, 지능형 대시보드와 같은 시스템은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테크놀로지 기반의 교수·학습 활동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지게 할 수 있다.
에듀테크에 기반을 둔 맞춤형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학습자를 끊임없이 성장하는 평생학습자로 정의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 이상 획일화된 교육과정만으로는 역동적인 미래사회를 선도할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워주기 어렵다. 학생들은 본인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는 교육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학습자들의 학습욕구를 충족하고 보다 정교한 지원을 하기 위해 에듀테크 기반의 맞춤형 교육이 활성화 돼야 한다. 에듀테크를 통한 맞춤형 교육은 창의적인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성취하기 위한 기회로 인식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