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와 함께 하는 과학산책

뇌과학 연구에서 다양성과 포용성

2023-11-21 11:22:36 게재
전지원 가톨릭의대, 뇌과학

최근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은 과학 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흐름이다. 널리 알려진 생물다양성의 맥락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은 지구상에 생존하는 다양한 생명체가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엮여 있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건강하다고 여겨져 왔다.

다양성과 포용성 전 분야에 걸친 흐름

우리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는데 분명한 이점이 있음을 적응적으로 알고 있다. 2021년 Lancet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신경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개인을 포용하는 것은 사회 정의의 문제와 과학의 발전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소외된 개인과 집단이 그들의 상황이 고려된 연구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정 집단으로 구성된 연구자와 환자 코호트는 해당 연구 결과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한다. 예를 들어, 최근 시도되고 있는 뇌자극술 (Neuromodulation) 같은 최신 기술과 AI 분석 기술을 도입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혁신적 시도가 인종적, 문화적, 지리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학적 검증방법의 한계로 특정 집단에만 적용되는 결과를 도출한다면 그 해결책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뇌신경과학에서 확장하여 의료분야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은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있다. 다양한 환자 집단에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인종·민족, 성별, 성적 지향, 사회적 배경, 장애 상태와 관련하여 다양한 구성원을 대표하는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한 가치로 꼽는 과학계의 활동은 국내외 여러 단체에서 시도되고 있다.

신경과학분야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SfN(Society for Neuroscience)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학생, 졸업생, 박사후 연구원을 포함한 모든 단계의 신경과학자들의 참여를 늘리며, 신경과학 연구와 관련된 새로운 과학 지식 및 윤리적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하고자 한다.

소외된 집단에 대한 연구비 확대 필요

세계적인 인간 뇌연구 학술단체인 OHBM(Organization for Human Brain Mapping)은 인간 뇌연구 분야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는데 기여한 회원에게 수여하는 상을 제정하여, 소외된 그룹의 회원을 지원하였거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옹호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에 대한 성과를 보인 연구자에게 이 상을 수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개최된 대한의학영상정보학회에서 여성과 의료영상정보학에 대한 특별 세션을 열고 다양한 배경의 데이터를 다루는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인 ESC는 2019년 젠더 다양성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임신부 연구자의 실험환경 조사 및 2021년 ESC 구성원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4년에 서울에서 개최될 OHBM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내외 뇌과학자들이 다양성과 포용성 위원회 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소수 집단에 대한 이해와 포용은 우리 사회의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과학기술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의 확대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소외된 집단에 대한 연구비 확대를 들 수 있으며, 이는 연구자와 연구대상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다양한 연구자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연구주제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뇌과학 연구에 다양한 집단의 참여를 강화하여 연구 데이터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신경과학 연구의 편향성에 대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과학자들이 주요 학회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인접 분야의 학자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도적인 과학을 장려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위한 다양성 확보와 포용성을 통해 보다 혁신적이고 파급력 있는 뇌신경과학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