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 군사정찰위성, 북러 전략적 일치의 증표

2023-11-21 11:36:57 게재
홍 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0년 이후 푸틴이 표방한 전략은 '강대국' 대열의 복귀다. '강대국'이란 글로벌 안보와 관련한 주요 결정이 모스크바의 참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는 러시아식으로 달성되었다. 조지아(2008), 크림반도(2014), 시리아(2015), 리비아(2016), 우크라이나(2022) 등에 군사개입 및 침공을 감행, 적극적 자국 이익 추구라는 호전적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만큼 지정학적 욕구의 스펙트럼이 넓다. 러시아는 북극과 태평양 연안, 발트해와 흑해 등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 서쪽과 동쪽에서 확고한 안보적 진지, 교두보, 진출로 구축과 함께 경제적 네트워킹과 외교적 균형이라는 복잡한 지정학적 욕구를 표출해 왔다. 러시아가 인식하는 지정학적 긴장은 나토의 동진에 대한 대응, 중앙아시아에서의 러시아 주도 경제통합과 중국의 확장주의 사이의 긴장, 동북아에서 미국 전력 증강을 견제하고 태평양 진출로의 안정적 유지, 북극과 태평양 연안을 따라 유럽과 동아시아 및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로 확보 등 다양하다.

푸틴 2000년 이후 '강대국' 대열의 복귀 표방

모스크바의 외교정책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만큼이나 커졌다.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대하는 중국의 현명함과 함께 러시아는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주요 군사 하드웨어 및 방위 기술 공급원이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러시아 제1의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금융분야에서도 미국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금융 자원으로 중국 은행 시스템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전략적 일치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전략적 일치란 세계관과 일반적인 외교정책 목표가 긴밀하게 일치하여 다양한 수준의 협의와 실질적인 정책의 긴밀한 조율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는 전적으로 국익에 기반하고 있으며 자동적 약속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경쟁이라는 잠재적 긴장, 경제적 협력과 의존성 사이의 긴장, 다른 결을 가진 대유럽 외교노선 등 긴장 역시 내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중러관계의 강점은 대미 견제라는 공통의 이해 차원에서 구사하는 '전략적 탄력성'에 있다. 미국의 전력과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미국 외교의 곤경, 미국내 여론 양극화 등을 만들어내는 사안에 있어서 중러는 빠른 전략적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동북아 전략의 핵심은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러 간 '신실크로드' 주요 광산 프로젝트, 대규모 천연가스 액화 시설 및 유라시아 고속철도 건설계획, 도로~철도 교량 연결 등과 2012년 이후 45회에 달하는 연합군사훈련이 대미 탄력적 대응의 산물이다.

중러관계는 중국식 외교적 어법을 빌리면, 수망상조(守望相助)라고 할 수 있다. 공통의 적이나 어려움에 대비해 서로 망을 봐주고 돕는 관계를 뜻한다. 주권, 안보, 발전이익 등 핵심 문제에서 명확하고 강력한 지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최근 북러관계에서 나타나는 밀착은 '수망상조 동주공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듯, 모두 힘을 합하여 서로 도와주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뜻이다. 중러보다 북러는 더 절박하다. 모스크바의 한반도정책은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역내 국가가 지지하는 워싱턴과 평양 간의 군비통제 및 신뢰구축협정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는 유럽과 동북아를 연계하는 대미 견제 카드로 북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중 경쟁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욕망이 지속되는 한, 북러의 밀착은 중장기적인 전략적 일치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증표 중 하나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일 수 있다. 조만간 발사가 예상되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은 최소 5기 이상 올려 운영해야 한다. 개발과 실험, 실제 운용까지 최소 향후 몇 년 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프로젝트다.

북러 밀착 중장기적인 전략적 일치 가능성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와 향후 다수의 위성 발사가 러시아의 기술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구도로 간다면, 북러의 전략적 일치가 한층 확고해 진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2019년 이후 2021년까지 러시아가 궤도에 올린 군사위성은 총 19개다. 북러가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공유한다는 것은 동북아에서 대미 견제를 위한 전략적 일치를 만든다는 의미를 갖는다. 2023년 연말은 동북아에서 새로운 지정학적 순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