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건엽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지금은 기대수명 아닌 건강수명의 시대"

2023-11-21 11:04:31 게재

건강수명 탐구 주제 발표 수업을 지도한 김건엽 교수(사진)는 "다른 친구들이 발표할 때 경청하고 질문하는 모습, 고등학생다운 주제의 창의성, 탐구심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경상북도 통합건강증진사업 지원단에서도 활동하는 김 교수는 '건강수명 데이터 교실'은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경북의 건강수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고 강조한다.

사진 김원영 무학고 교사 제공

■오늘 학생들의 발표를 간단하게 평가한다면?

탐구할 시간이 일주일 정도로 짧았고 처음으로 시도한 통계 분석이라 주제 선정이나 통계처리, 분석 면에서 틀리거나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이런 경험을 해본 건 대단한 일이다. 경상북도의 자료를 가지고 서울이나 인근지역과 비교하면서 건강수명 문제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건강수명이 중요한가?

기대수명은 몇 살까지 살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83세 정도다. 짧은 기간에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먹거리도 좋아지면서 기대수명은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살기는 오래 사는데 암이나 중풍, 치매 같은 질환을 가지고 20년을 산다면 그게 행복할까. 후진국은 기대수명이 중요하겠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건강한 상태로 수명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보건 전문가들이 건강수명을 높이는 사업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수명 관련해 경상북도만의 특성이 있나?

경상북도는 군위가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전체 22개 시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울릉도처럼 1만 명도 안 되는 도서 지역도 있고, 포항이나 구미같이 40만 명 이상 되는 지역도 있다. 도심이 활기차고 의료수준이 높으면 건강수명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통계 자료는 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울릉도가 항상 건강수명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직 그 이유를 잘 모른다. 건강수명 데이터는 50년, 100년 장기간 추적관찰을 하면서 모여야 한다. 우리도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지금 학생들이 제 나이가 되면 오래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취약지역의 건강수명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언도 하고 정책 제안도 하게 될 것이다.

■보완하거나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입시 때문에 다른 데 눈 돌릴 겨를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입소문도 나고 진로 관련 활동으로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되어 많은 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면 좋겠다. 건강수명 관련 데이터 구축은 그 특성상 단발적 사업이 아닌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업 성과가 나면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캠페인이나 홍보 작업도 병행하면 좋겠다.


최세호 기자 ·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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