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이탄희'의 두 번째 도전

"국민의힘과 같은 기득권 정치, 그게 '민주당'이냐"

2023-11-24 00:00:01 게재

흔들리는 민주당 정체성에 맞서 '연합 정치' 제안

'판사탄핵'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키기' 선봉에

"지금이 기회 … '정치개혁'에 모든 것을 걸겠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를 마친 이후 의원실에서 만난 이탄희 의원은 비장했다. 이 의원은 "'위성정당을 차단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유지할 수 있고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똑같이 기득권 정치를 하면 그게 과연 '민주당' 인가"라며 "20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하고 지금 민주당을 선택해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기득권 앞에서 자기 이익을 내려놓고라도 연합해서 기득권을 깨는 개혁정치를 지향해 왔다는 믿음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의사진행 발언하는 이탄희 의원 |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국회의원직을 걸었다. 본인은 이것을 '집착'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것을 쏟아 놓겠다는 마부침주(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히다), 배수의 진으로 보였다. 그는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직을 걸고라도 반드시 (병립형으로의 전환을) 막아내야 될 만큼 이 일이 너무 중요하다"며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병립형에 찬성해도 (의원) 배지 던지고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배지 던지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모든 걸 걸고 (병립형 전환과 위성정당 설립을) 막겠다.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직을 걸고라도 '병립형'을 막아야 하는 이유 = 이 의원은 "어떻게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을까. 기본적인 상식 수준에서 비춰봤다. 대선 이후 2주 동안 고민했다. 답은 증오정치였다"며 "남을 깎아내려 반사이익으로 생존하는 구조다. 선택지가 없다. 무인도에 넣어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반사이익'을 노리게 만드는 '구조'에 집중했다. 반사이익 구조는 썩은 그릇으로 새 물을 넣어봐야 계속 썩는 '구조'를 발견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갖고 대통령 권력도 가지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약속했던 개혁을 해냈나. 못 해냈다"며 "반사이익 구조에서는 서로 상대에 대해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180석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오히려 혐오의 대상, 증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해서 반복되면 대한민국 정치는 그냥 정치인들끼리 정권교체만 무한 반복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병립형은 정당득표율만큼 비례의석을 갖는 것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면 21대 거대양당의 의석은 300석 중 290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198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현재의 283석 역시 양당 점유율로는 최대치다. 이런 거대양당 구조가 상대당의 실수나 잘못에 기대는 증오정치로 흐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걸고 병립형으로의 복귀를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의석까지 양당이 나눠먹는 '양당 카르텔법'이기 때문이다.

◆47개 비례의석을 어떻게 할 것이냐 = 이 의원은 썩은 그릇을 깨는 '정치 개혁'을 목표로 잡았다. 여야는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확정했다.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한 지역구에서 승자 1명만 뽑는 방식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남아있는 쟁점은 비례대표 47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다. 국민의힘은 촛불혁명 이전의 '병립형'(정당투표율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고민 중이다.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지역구를 양분하는 두 거대양당이 47개의 비례의석을 가져가지 못해 '골목상권'인 47개 의석이 중소정당에 분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 때와 같이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얻고 나머지 47석을 비례의석으로 소수정당이 가져가면 이들과 '연합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15석이라도 가져가려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국민들이 과연 15석이나 국민의힘에게 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어 위성정당 창당을 합리화했던 21대 총선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판사 탄핵 성공의 경험 = 이 의원이 단단하고 높은 절벽 같은 목표치를 세워놓고 돌파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성공경험에서 나왔다.

'법원의 청와대' 같은 법원행정처에서 '판사 블랙리스트'를 발견하고 이를 거부, 사표를 던진 이 의원은 '사법 농단 결자 해지'를 내걸고 국회 문을 두드렸다. 이 의원은 국정농단 판사들이 퇴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탄핵'을 진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내린 상황이라 지도부가 부담스러워 했다.

이 의원은 "각 의원실을 다니면서 판사 탄핵을 설득했다"며 "어느 의원과는 3시간도 이야기했다"고 했다. 의원 총회에서 결국 당론으로 채택했고 161명의 이름으로 임성근 판사 탄핵안을 제출하고 2021년 2월 4일에 통과시켰다.

2년 반이상 지난 현재 이 의원은 '판사탄핵'을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로 바꿔 잡았다. 의원 53명의 동조를 얻어냈다. 그는 다시 의원 한 명 한 명을 설득하러 의원회관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닐 전망이다. 잘 나가지 않던 시사프로그램, 유튜브에 연일 출연하고 인터뷰도 거절하지 않고 있다.

◆이탄희가 그리는 연합 정치와 총선 전망은 = 이 의원은 민주당이 맏형 역할을 하면서 중소 정당과 연합해 법을 통과시키고 정책을 추진하는 '연합 정치'를 꿈꾸고 있다. 연합정치만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고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연합정치'의 표본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63명의 지원을 끌어냈다. 이 의원은 연합정치로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금이 기회"라고 했고 그래서 "집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민주당이 의석 욕심에 국민의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병립형'으로 가거나 현 선거제에서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심판받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가 선거법 담합, 카르텔에 들어가면 의석수는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2030이 신당으로 가고 중도층은 안 나온다. 진보 야당에서 차별화를 느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의석수는 민심을 반영한다"면서 "지역구에서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위성정당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목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인물난에 빠져 있다. 도전적인 이 의원의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다. 민주당 내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표하고 이상주의적 시도에 눈을 흘기면서 '정무적 판단'을 앞세우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이 의원만큼 '모든 것을 건' 의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차분한 언어와 논리로 입을 다물게 한 유일한 인물로 민주당 지지층에 기억돼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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