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위기 … 윤 대통령 '세번째 포옹' 결단할까

2023-11-24 10:33:56 게재

이준석 대선 직전 '두차례 가출' … 윤 후보, '두차례 포옹'으로 수습

'이준석 신당' 임박 … "총선 힘들면 결단" "백기투항? 애걸 안할 것"

"두 사람(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이 나란히 우리 당 공동선대위원장을 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근데 그러지 않고 이 전 대표가 만약에 끝까지 신당행을 고수를 한다, 그래서 신당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래서 결과론적으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그래서 결국 이준석 신당이 민주당의 2중대더라 이런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인 입지는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23일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질문에 답하는 이준석 전 대표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4.18기념관에서 열리는 강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김 의원은 '이준석 신당'이 생기면 여당의 총선 패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권이 이 전 대표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안기면서 잔류시킨다면 총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봤다. 여권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짚은 대목으로 읽힌다.

24일 국민의힘은 '이준석 신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올해 연말 '세번째 가출'을 해서 신당을 만들 경우 내년 총선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준석 리스크'를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에 눈길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세번째 가출'을 앞둔 이 전 대표를 '세번째 포옹'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3.9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29일 잠행에 들어갔다. '첫번째 가출'이다. 윤 후보측과 선대위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당무 거부에 들어간 것. 윤 후보가 12월 3일 울산까지 내려가 이 전 대표를 만난 끝에 나흘간의 가출은 마무리 됐다.

이후에도 윤 후보측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이 전 대표는 12월 21일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고 '두번째 가출'을 감행했다. 2차 가출은 이듬해 1월 6일 윤 후보와 이 전 대표가 포옹하면서 전격적으로 종결됐다. 이 대표는 "세번째 도망 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가출로 인해 대선 승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떠밀려 두차례 포옹을 결단했다는 분석이다. 대선 승리의 절박함이 윤 후보의 결단을 불렀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윤 대통령에게 더이상 절박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친윤을 앞세워 이 전 대표를 내쫓았다. 두차례 가출로 자신을 흔든 이 전 대표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전 대표를 축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내년 총선을 넉 달 앞둔 지금,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의 '세번째 가출'에 대한 대응책을 내놔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만약 이 전 대표가 3차 가출을 감행해 신당을 만들면 여당의 '총선 구상'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 수도권과 영남에서 여권표를 잠식한다면 '역대급 패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다면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윤 대통령은 또다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야권 강경파는 벌써부터 탄핵 운운한다. 윤 대통령이 '세번째 가출'을 막기 위해 '세번째 포옹'을 결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매우 유연한 스타일이다. 절박하다고 판단되면 주위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어서 총선 승리가 어려워진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이 전 대표를) 끌어안을 것이다. 이미 두 번이나 포옹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주저 앉히려면 이번에는 단순히 포옹을 넘어 적잖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일단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홍범도 흉상 이전 취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논란 해결 △이태원 참사 유족 면담을 요구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명예회복과 원상복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총선 승리가 절박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잡으려면) 사실상 백기투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당에 잔류하는 대신에 당 대표로서 누릴 수 있는 권한(당권·공천권)을 전부 내줘야할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세번째 포옹'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자력으로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백기투항하면서까지 협조를 '애걸'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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