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인권 개선과 대화는 병행되어야 한다

2023-12-05 11:17:03 게재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인권은 인간으로써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상의 가치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기초한 방어적이고 원초적인 1세대 인권이 자유권적 인권이라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입각한 적극적인 2세대 인권이 사회권적 인권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를 넘어 평화권 환경권 발전권 등 인류 공동이 해결해 나가야 할 인권 문제를 3세대 인권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직도 전세계 많은 나라 국민들이 독재정권 아래 인권을 억압받고 있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박탈하는 것만이 인권유린이 아니다. 국가가 주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이 또한 인권침해가 된다. 우리는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북한은 3대 세습을 이어가면서 주민들을 강제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주요이슈가 된 탈북민들의 강제북송 문제는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당국에 의한 심각한 인권유린이 예상되기 때문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

서로 다른 인권 수준을 가진 두나라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인권개선 문제가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문제를 제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회권적 생존권적 기본권을 증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서독의 동독인권 접근사례 참고할 만

다만 다른 나라에 대한 인권개선 요구는 주권침해로 인식될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인권 우위에 있는 국가들이 인권 하위에 있는 국가들에게 정치적 외교적으로 인권개선을 요구할 경우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세기 냉전 시기나 요즘과 같이 강대국간 진영대결 구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인권문제는 다른 나라들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혹은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분단 80년 가까이 대결구도 하에 있는 우리에게 있어 북한 인권은 대북정책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뤄나가야 할 것인가? 우리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북한정권의 주민에 대한 자유권적 기본권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인권보고서 발간과 함께 북한인권침해 사례를 외부에 공개하는 등 이를 북한정권 압박기제로 적극 활용한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사실상 부재한 가운데 북한정권의 부도덕성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 고립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 기조로 인권압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동서독의 경우, 서독 또한 동독정권의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축적했고 동독정권은 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서독의 기록보존소 폐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독정부는 동방정책을 통한 동서독 주민교류와 인도지원, 동독의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차관제공 등을 배합하면서 동독정권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실리적 접근을 병행했다.

우리도 강대강으로 치닫는 출구전략 없는 대결정책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추구하는 이중전략(dual strategy)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세변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공조도 필요하다.

지난 데탕트 시기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은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안보 경제 인권·인도 문제에 대한 협력적 규범체계를 정립했다. 동독의 경우 주권이 보장되는 여건하에서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소극적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서독의 경우 국내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독을 압박하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판단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 참가했다.

남·북·미 3자간 포괄적 접근 더 필요한 시기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 민생개선을 위해서는 인권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북한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무기개발 등 군사대국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하되 고립을 풀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대화정책으로의 전환도 모색되어야 한다.

북한의 대중·대러밀착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2018년 평창 평화 프로세스와 같은 남·북·미 3자간 포괄적 접근이 필요한데 현재의 경향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으니 실로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