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여당 … 김기현 체제? 비대위 전환? 조기전대 개최?
인요한 혁신위 사실상 '빈손 해체' 수순 … 혁신위 이후 주목
김 대표, '버티기' … 공관위·선대위 '얼굴'로 앞세울 가능성
"김 대표로는 총선 어려워" 비대위·새 지도부로 교체론 여전
인요한 혁신위는 4일 '지도부·윤핵관·영남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하지 못했다. 인 위원장은 4일을 시한으로 통보했지만 지도부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의 임기는 오는 24일까지로 20여일 남았지만, 혁신위 요구가 지도부에 의해 거부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모습이다. 혁신위가 '빈손'으로 막을 내리면서 이후 국민의힘이 어떤 모습으로 총선을 맞을지 주목된다.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김기현 체제가 이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친윤이 앞장서 김기현 체제를 총선까지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김 대표를 당선시켰던 '윤심(윤석열 마음)'이 여전히 김 대표에게 머물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윤심'에 가까운 이 용 의원은 지난달 23일 "김 대표 체제로 끝까지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친윤인 장예찬 최고위원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 상황에서 지도부를 흔들거나 다른 체제로 간다거나 하는 건 아직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김 대표는 연말과 연초에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출범시켜 총선 정국을 맡길 것이란 전망이다. 공관위와 선대위를 '얼굴'로 앞세워 자신을 겨냥한 화살을 피하면서 총선까지 대표 자리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체제로는 도저히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비대위 전환을 요구한다. '윤심'과 겹쳐지는 김 대표로는 여권에 등돌린 민심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대중성이 약한 김 대표가 총선 유세를 다녀봤자 득표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현실적 우려도 비대위 전환론에 힘을 싣는다. 한동훈·원희룡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 높은 인물들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지휘하면 승산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일부 혁신위원은 7일 사실상 마지막 혁신위 회의를 통해 '김 대표 사퇴' '비대위 전환'을 공표하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인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 전환에 대해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 혁신위원장은 한동훈·원희룡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좋죠. 아주 좋죠. 젊고 존경받고 객관적이고 머리 좋고"라고 답했다.
다른 쪽에서는 비대위 같은 임시방편보다는 정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러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목소리도 내놓는다.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김기현 체제나 임시방편인 비대위가 아니라 정식 지도부를 선출해 당의 역동성을 입증하고 국민에게 새 리더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달 말 "(총선까지)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 충분히 전대를 치를 수 있다. 전대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면 (총선) 구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2004년 '박근혜 체제' 출범을 모범사례로 꼽는다. 당시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두고 '차떼기 낙인' '탄핵 역풍'에 부딪히면서 "50석도 어렵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최병렬 당시 대표는 당이 위기에 처하자 2004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놨다. 한나라당은 총선을 불과 3주 앞둔 2004년 3월 23일 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대표를 선출했다. 박 대표는 선출되자마자 '천막당사'에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당초 우려를 깨고 121석이란 선전을 일궈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동훈·원희룡 등을 '제2의 박근혜'로 띄워서 총선 흥행을 노리는 구상을 하는 것이다.
여권이 인요한 혁신위 이후 진로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 선택에 따라 총선 결과가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올 것이란 전망이다. 김기현 체제 유지가 현실적으로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히지만 비대위 전환이나 조기 전대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