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은둔했던 20대 세상 속으로 나왔다
성북구 안암동 '끌어안암'
복지기관·주민센터 협업
7일 성북구에 따르면 대학가가 밀집한 암안동은 전체 가구 중 절반이 넘는 54%가 청년 1인가구다. 2021년 기준 서울시 전체 1인가구가 34.9%이고 그 중 48.9%가 청년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안암동은 청년층이 다른 세대와 달리 적극적으로 복지 욕구를 표현하지 않고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편이라는 점에 착안, 선제적인 복지체계를 구상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중심으로 복지 전문기관과 주민센터가 협업해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끌어안암' 사업을 시작했다. 위기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동네 곳곳을 찾아가는 복지상담소 운영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부터 매달 한차례 정기적으로 활동하며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 5월에는 극단적 위기에 처한 20대를 만났다. 1년 넘게 은둔생활을 하며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실 도피로 선택한 게임은 중독 수준이 됐고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진 건 물론 월세를 내지 못해 퇴거 위기에까지 몰려 있었다.
인근 교회와 사회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 재활기관 등 8곳이 손을 잡고 청년 문제에 개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월세 미납분과 긴급 생계비용, 이사비용 등 지원에 더해 부채 상담을 비롯해 정신의학과 치료와 심리 상담을 연계했다.
고립은둔청년 생활시설에서 공동체활동을 하며 다양한 지원을 받은 청년은 현재 은둔·중독 증상이 상당히 완화됐고 사회적 교류도 시작했다. 구는 "함께 고민했던 기관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매개로 위기에 처한 비슷한 처지의 청년을 돕겠다는 마음도 보여줬다"며 "갈등관계에 있는 가족과도 함께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어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끌어안암은 정기적인 활동 이외에도 열린 대화방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활용한 비대면 상담창구를 일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년층 특성을 반영한 사각지대 발굴 체계인 셈이다. 유상진 안암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청년 지원에 대한 주민들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힘든 청년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협의체 역할이 확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안암동의 청년복지안전망 구축 체계를 모범으로 삼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청년이 건강한 성북구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