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끝낸 수험생·부모 천년고찰로 향했다
은평구·진관사 '사찰음식 체험' 지원
스트레스 비우고 기후위기 극복 일조
서울 은평구 진관동 주민인 류화영(18) 학생.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수능시험을 치른 그는 시험 뒤 진관동 진관사로 향했다. 평소에도 시간이 날 때면 산책 겸 찾던 곳인데 이번에는 동생과 함께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고 맛보는 체험을 했다. 화영씨는 "북한산 근처라 공기도 좋다"며 "사회관계망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템플스테이를 함께하자고 해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우주 혹은 컴퓨터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는 그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11일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전통 사찰음식으로 이름난 진관사와 손잡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사찰음식 체험' 행사를 2년째 열고 있다. 진관사는 사찰음식 전승을 위한 연구와 노력으로 이름난 곳이다. 산사음식 명장 계호 스님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산사음식연구소가 중심에 있다.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에 전통 음식, 음식을 통해 시민들과 호흡하려는 노력 등이 더해져 세계 정상이 한국을 방문할 때면 그 부인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됐다.
코로나19 위세가 한풀 꺾인 지난해부터 큰 시험을 치르느라 전력을 다해온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정신적 안정감을 도모하기 위해 사찰음식 체험을 준비했다. 요리체험과 시식을 통해 생명 존중과 자비의 의미를 느끼도록 한다는 취지다. 진관사를 중심으로 한 '한식의 세계화'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함께한다는 의미도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진관사 사찰음식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며 "각국에서 방문한 이름난 요리연구가들도 소박하지만 정갈한 수행식을 맛보고는 감탄하고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총 3일에 걸쳐 수험생과 학부모 300여명이 사찰음식 만들기에 동참했다.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를 선정, 지난해 연잎밥에 이어 올해는 두부김밥으로 정했다. 사찰음식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교육에 이어 김밥 만들기, 맷돌 체험, 점심 공양, 명상 체험, 여유로운 산책(포행 布行)에 일장기 위에 덧그린 진관사 태극기 관람까지 이어졌다. '진관사 태극기'는 백초월 스님이 독립운동 당시 사용한 것으로 지난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2009년 5월 진관사 칠성각 해체·보수공사 중 불단과 기둥 사이에서 다른 독립운동 자료들과 함께 발견됐다.
김미경 구청장도 체험에 함께했다. 김 구청장은 "사찰음식은 지켜야 할 과거의 전통 가운데 하나이거나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며 "미래세대 인류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먹는 행위를 '수행의 문제'로 승화시킨 것"이라며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태도는 기후위기 극복에도 일조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관사는 은평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구는 사찰음식 체험 이외에 백초월 스님을 기리는 추모제(追慕齋)와 추모공연, 자연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산사음악회 등을 매년 진관사와 함께하고 있다. 3.1절이나 광복절에는 주요 거리에 진관사 태극기를 내건다. 2019년 세계기자대회 한국방문행사를 진관사에 유치했고 2021년에는 한문화국제체험관도 문을 열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인 진관사는 국제 문화교류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진관사를 비롯해 북한산성마을 일대와 한옥마을까지 북한산이라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다양한 전통문화를 품은 한문화체험특구는 서울 서북권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