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100일 전, 전망 포인트 | ① 강력한 '정권심판론' 작동할까

여, 대통령 공천 주도·파동땐 '참패' … 대통령과 차별화땐 '과반'

2023-12-26 10:47:36 게재

윤 대통령 지지도 30% 초반, 20대 총선때 비슷

박 대통령 '진박공천'으로 1당 뺏긴 첫 사례 기록

여당, 대통령 임기 절반 이상 남아 '차별화' 난제

4.10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하다. 여론조사마다 정권심판론이 정부지원론을 크게 앞서고 있다.

22대 총선 레이스 시작 | 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은 후보자 대리인이 후보자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표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역대 총선에서도 집권 2년차 이후엔 정권심판이 예상됐지만 그럴 때마다 대통령과 여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찾았고 때로는 야당의 분열 덕에 1당을 차지하기도 했다. 강력한 정권심판론에도 대통령 주도의 공천에 나설 경우엔 여당은 패배의 쓴 맛을 봤고 자기 혁신이나 쇄신없이 정권심판 여론에 기댄 야당은 1당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난 2020년 21대 총선까지 모두 9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는데 이중 여당이 제 1당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모두 두차례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집권 3년차(16대 총선)때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차(20대 총선)때다.

◆김대중 3년차, 박근혜 4년차 '중간평가' 1당 못해 = 김대중 대통령을 대선에서 승리자로 만든 DJP연합이 16대 총선 직전에 무너졌다. 이회창 전 감사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이 133석으로 1당을 확보했고 자민련은 17석을 얻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충청과 영남에서 완패한 상황에서 11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선전한 것에 위안을 삼았다.


박근혜 대통령 4년차에 치러진 20대 총선에는 여당이 분열하면서 1당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으며 민주당에 1석 차이로 밀렸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제 3당,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38석을 확보했다.

당시 집권 새누리당은 야권분열 등으로 160~180석을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진박 감별' '옥쇄 파동' 등 공천 파동으로 1당을 내줬고 이는 여당이 1당을 잃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보수 여당내 차별화로 '150석'대 확보 = 대통령 집권 1년차에 치러진 2번(1988년 13대 총선 노태우 대통령 집권 때와 2008년 18대 총선 이명박 대통령 집권 때)은 대선 승리의 영향력 등이 작동해 여당 승리로 이어졌다.

집권 5년차에 이뤄진 2차례의 총선에서는 여당의 차별화 전략이 효력을 발휘했다. 여당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정권심판론을 극복했다. 이 전략은 모두 보수진영에서 사용했다.

노태우 대통령 5년차에 치른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거대여당으로 변모한 민주자유당이 출전했고 150석을 확보했다. 국정지지율이 12% 수준으로 바닥을 기고 있던 노태우 대통령에 맞설 민자당의 김영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차별화에 나선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 5년차에 치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17대 총선에서 '천막당사'로 탄핵 태풍을 선방(121석)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호출됐다. '선거의 여왕'답게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는 쇄신책을 내놓아 152석을 확보했다. 당시 박 비대위원장은 소고기 파동에 이어 4대강 논란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외부의 힘으로 과반 확보 = 2004년 17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152석)과 더불어민주당(180석,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포함)은 '노무현 탄핵'과 '코로나 정국'에 따른 압도적인 '정부지원' 여론 덕을 톡톡히 봤다.

2004년에 여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이어진 분열로, 야권인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로 허덕이고 있었다. 승패를 결정적 외부 요인은 총선 한 달 전에 펼쳐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자민련이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동정표가 확산됐다.

탄핵의 힘으로 대선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은 '코로나 정국' 속에서 진행됐다. 사실상 '전염병과의 전쟁'이 선포된 상황이었다. 정부 지원론이 확산됐다. 중도층을 중심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몰표가 쏟아졌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 진영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확보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집권 중반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를 키우며 '차별화'를 용납하기 어렵다. 총선을 겨냥해 차별화를 시도할 경우 실제 총선에 이긴다고 하더라도 승리의 주인공이 차기 주자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곧바로 권력누수(레임덕) 시기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선택지는 '자기 주도 승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집권 2년차와 3년차 사이에서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고를 수 있을 만한 사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집권 2년차와 3년차에 총선을 치른 것은 김대중(3년차), 노무현(2년차), 문재인(3년차) 등 민주계열 대통령 재임기간이었고 1당을 차지했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때의 여당은 외부의 힘(탄핵, 코로나) 덕을 톡톡히 본 결과였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외부 요인이나 민주당의 분열,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에 기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는 박근혜 4년차에 치른 20대 총선과 같이 '친윤' 중심의 공천을 주도하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시 여당의 공천파동은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싹쓸이하며 38석을 가져갔더라도 민주당이 수도권을 포함해 123석을 확보, 1당을 차지하는 강력한 단초가 됐다.

이미 집권 1년 반이 지났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이 30% 수준에서 머물면서 정권심판론이 계속 높게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7일 정부 견제론이 51%에 달했고 정부 지원론은 35%에 머물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자력으로 총선을 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사용할 수 있는 '공천 혁신'이 오히려 '공천 파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제외한 전략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그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야당은 여당의 공천 분열이나 대형 실수를 기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회창, 박근혜 등 강력한 리더십과 쇄신으로 자기 경쟁력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모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실제 가능할 지 모르겠고 영남 중진의 험지출마나 탈당을 요구하는 공천혁신 역시 성공할 지 미지수"라며 "대통령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총선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이재명 리스크가 상존하고 비명계의 반발이 갈수록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아 86세대 등에 대한 공천 혁신없이 지지층간 경쟁에서 중도층 확보가 어려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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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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