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동주민센터에 산타가 찾아왔어요

2023-12-27 11:15:11 게재

송파구 청소년 자원봉사와 연계

2021년부터 매년 하루산타 파견

"산타들 인사 할게요~. 선물이 있어요. 뭘까요? 좀 가벼운데? 함께 열어볼까요?"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포장지를 뜯기 시작하자 산타 다섯명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수 있는 꾸러미다. 키 작은 나무를 세우고 장식물과 반짝이는 전구를 달고 불을 켜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와 다섯 산타가 함께했다. 기독탄신일 직전인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한 옥탑방 풍경이다. 아홉살 된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해 인근 아동센터에서 산타를 초청했다.
마천동 다문화가정을 찾은 청소년 산타들이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다. 사진 송파구 제공


다섯 산타는 열아홉부터 스물셋까지 청소년·청년이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고교생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만의 사업체를 꾸린 사업가까지 제각각이다. 가까운 오금동과 거여동부터 서울 동대문구와 금천구, 멀리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찾아온 이들이다. 송파구가 지난 2021년부터 지역 내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청소년 봉사활동과 연계해 파견한 '잠실산타'다.

27일 송파구에 따르면 구는 잠실청소년센터와 함께 매년 '잠실산타 이즈 커밍'을 진행 중이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공동체를 경험하고 봉사의 즐거움과 나눔의 의미를 깨닫도록 기획한 행사다.

지난 14일 이웃에게 사랑을 전할 17~24세 청소년 산타를 모집했는데 50명 넘게 신청을 했다. 멀리 경북 경산시에서 1박 2일간 서울생활을 감내하며 찾아온 이도 있다. 구 관계자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성황리에 마감됐다"며 "참여자들 입소문과 함께 산타 방문을 반기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다시 참여하려는 신청자도 많다"고 전했다.

청소년 산타는 봉사경험이 풍부한 조장을 필두로 활동한다. 마천동의 경우 금천구 대표 청소년을 역임한 박선예(23)씨와 함께 대학 입학을 앞둔 박정현(19·거여동)·서범진(19·오금동)씨, 봉사활동에 재미를 붙인 김재현(22·동대문구 전농동)·박수지(22·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씨가 조를 이뤘다. 대학 진학 전, 올해가 가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이들이다. 박선예씨는 "어렸을 적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이웃 산타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며 "지금 다른 이웃을 위해 산타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아버지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김재현씨는 "여러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올해는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가족들이 산타분장을 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겠다며 사진을 꼭 남겨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단 하루 산타로 활동하지만 준비는 만만찮다. 하루 전에 산타학교 입학식을 치르고 조 구성을 한 뒤 어디를 찾을지 사연을 미리 확인한다. 노래와 춤, 작은 선물에 따뜻한 연말연시를 기원하는 엽서까지 직접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날 출정식을 열고 각 가정과 공공기관으로 향했다.

'북극 한파'가 몰아친 날임에도 청소년 산타들은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누볐다. 자원봉사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골목을 누비며 마주치는 시민들에게 사탕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박용석 잠실7동장은 "연말이라 일이 많았는데 노래와 춤에 간식 선물을 받으니 위로가 되고 재미있다"고 전했다.

50여명의 산타는 졸업식을 끝으로 올해 활동을 마감했다. 송파구는 내년에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경험하고 주민들이 함께 웃을 수 있도록 산타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다양하고 유익한 청소년 활동을 발굴해 행복하고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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